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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1. 오호츠크해 고기압, 저기압, 장마전선, 제트기류 어디선가 들어는 봤는데(아마 학교 과학시간에서도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뭔지 잘은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그렇지만 또 매일 일기예보를 보며 듣기에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데 이 단어들이 뭘까 생각하다 결국 결론으로 직행한다. 그래서 오늘 비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2.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장마가 지는 6주 동안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다시 살아 돌아와 두 번째 사랑을 겪게 되는 로맨스다. 두 시간 동안 비는 쉼 없이 내리는데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비를 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비가 그치면 떠난다는 이를 바라며 비가 그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이 영화는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3. 그러고 보면 날씨만큼 과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결과물이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도 없다. 슈퍼컴퓨터는 건조한 글자로 오늘 비가 온다고 예측하지만, 비가 내린 오늘 우리의 점심은 파전에 막걸리로 바뀐다. 비 오는 날 문득 누군가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언젠가 과학이 더 발달하면 날씨도 인간이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의 음악까지는 컴퓨터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을까.
4. 기상학자의 날씨, 그리고 음악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날씨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그 변화들에는 일정한 운율이 있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강력하게. 그 리듬을 저자는 음악에 빗대어 들려준다. 때론 왈츠로 때론 강력한 변주곡으로. 과학시간에 들어온 재미없는 날씨 이야기와 문학 시간에 나 나올 법한 갬성적인 이야기들을 음악을 매개로 자유롭게 오가며 풀어내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라 좀 신선하기도 했다.
5. 날씨와 음악의 대화. 콜라보가 대세인 요즘 이 둘의 교집합이 꽤 흥미로웠는데 읽을수록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문가의 포스가 문득 부럽기도 했다. 사회복지와 책, 마케팅과 고양이, NGO와 사진을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 내겐 있을까? 아직 멀었는가보다. 에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