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숨은 수학을 찾아라!
김리나 지음, 김종채 그림 / 휴먼어린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쓰다 쓰다 초등 수학만화까지 리뷰할 줄이야


쓰다 쓰다 이런 초등만화 서평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천 권이 넘는 책을 읽고 기록했으니 웬만한 장르는 다 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세계는 늘 내 예상보다 한 칸 더 옆에 있다.

이번에는 지도와 수학이다.


지도를 펼쳤다가 비와 분수와 좌표와 삼각비까지 끌려 들어간다.

뭐, 재미있게 읽었다.

이미 오래전에 수학 아니 산수 풀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비례식을 풀어 보고 등고선도 쳐다봤다.

예전에 이렇게 배웠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이제는 확인할 길 없는 미련도 조금 생기기도 했다.


김리나의 <지도에 숨은 수학을 찾아라!>는 지도를 수학책으로 바꾼다.

우리는 스마트폰 지도를 확대하고 축소하면서도 화면 속 세상이 어떤 규칙으로 줄어드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은 그 무심한 손가락 아래에 수학이 있었다고 말한다.



김정호 선생님의 위대함


옛날 김정호 선생님은 <대동여지도>를 만들며 우리나라를 약 16만분의 1 크기로 줄여 그렸다.

전국을 전부 펼치면 높이가 6미터를 넘는 거대한 지도지만, 실제 국토와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작다.

산과 강과 길과 고을을 같은 규칙으로 줄이고, 길에는 10리마다 점을 찍었으며, 여러 정보를 기호로 표시했다.


이것이 지도다.


그리고 책은 이 비례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수학이 출발한다.


실제 세상을 그저 작게 그린다고 지도가 되지는 않는다.

집은 절반으로 줄이고 길은 10분의 1로 줄이면 그 그림으로 거리를 짐작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같은 비율로 줄여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축척이고, 축척을 이해하려면 비와 분수와 비례식이 따라온다.

교과서 안에서는 따로 떨어져 있던 개념들이 지도 위에서 한꺼번에 제 자리를 찾는다.


이 연결이 이 책의 가장 좋은 부분이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느냐는 물음에 ‘시험에 나오니까’보다 나은 답을 아이에게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비례는 실제 거리를 구하고, 좌표는 한 지점을 정확하게 표시하며, 등고선은 산의 높낮이와 경사를 알려준다.

숫자와 선이 갑자기 세상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사회책과 수학책 사이


책은 축척에서 멈추지 않고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위치를 표시하는 좌표를 거쳐 위도와 경도로 나아가고, 둥근 지구를 평면에 옮긴 프톨레마이오스와 메르카토르의 지도까지 이어 붙인다.


이어 대동여지도의 기호와 범례를 살피고, 삼각형의 비율로 산의 높이를 계산한 뒤 등고선과 수준 원점을 설명한다.

초등 사회 시간에 본 단어와 수학 시간에 배운 개념이 같은 지도에서 만난다.


학교에서 수학 시간에는 비례식을 풀고 사회 시간에는 축척을 외운다.

이 둘은 수학 선생님과 사회 선생님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만나지 않는데 <지도에 숨은 수학을 찾아라!>는 이 둘을 이어준다.


축척을 읽다가 분수로 이동하고, 위치를 찾다가 좌표와 각도를 만난다.

이 연결이 사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만화와 삽화, 짧은 글을 섞어 부담을 낮추고, 장이 끝날 때마다 ‘지도 속 수학 비밀 노트’로 개념을 다시 묶어 준다.

문제집처럼 정답을 재촉하지 않고 지도를 들여다보며 원리를 발견하게 한다.


수학이 계산의 기술이기 전에 세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라는 사실도 새삼 알게된다.



이게 진짜 재미있을까


재미있게 쓴 책이다. 나는 뭐,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는거지 정말 수학을 배워야 할 아이에게도 재미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선생님이 아니도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두지도 않았다.


어른인 나는 대동여지도와 메르카토르 도법을 이미 알고 있고, 비와 분수와 좌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대충 짐작한다.

그래서 흩어진 지식이 연결되는 순간이 반갑고 진작에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쳤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건 어른의 관점이다.


지도와 수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는 축척, 음수 좌표, 위도와 경도, 삼각비, 등고선이 그냥 단어만으로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혹 표지와 그림을 보고 사건이 계속 이어지는 학습만화를 기대한다면 설명의 비중이 생각보다 커 놀랄수도 있다.


초등 저학년이 읽기보다는 적어도 초등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더 잘 맞을 듯하다.

부모나 선생님이 실제 스마트폰 지도와 함께 펼쳐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를 재 보거나, 등산 지도의 등고선을 찾아본다면 책의 효과는 더 커질 것 같다.



가르친다는 건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을 쉽게 말하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짐작하고, 그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세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책이 지도를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누구나 화면을 확대해 본 경험은 있다.

저자는 거기 축척과 좌표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그래도 선생님의 마음과 아이의 재미 사이에는 늘 작은 틈이 생긴다.

정성껏 준비한 설명이 어떤 아이에게는 졸음의 시발점이 되고, 다른 아이에게는 또 다른 지식의 출발이 된다.


그 틈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간격을 최대한 줄이려 지금도 노력하시는 이 책의 저자 선생님을 비롯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