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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평점 :
가족이 울타리인가요?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따뜻함, 울타리, 공동체? 어른들과 미디어는 가족에 꽤 여러 이름을 붙였지만 어떤 이들에게 가족은 지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리고 나의 어릴적, 인권감수성이란 개나 줘버리던 그 시절에는 대놓고 학교와 사회는 우리 집을 무엇이 하나 빠져있다는 뜻의 결손가정이라고 불렀고 이는 후에 한부모 가정으로 정정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집은 누군가에게 어디가 하나 부족한 집이었구나. 그렇다면 그 정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 <이상한 정상가족>은 제목부터 그 '정상'이라는 단어를 묻는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나뉜다.
1부는 가정이 아이의 울타리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소유물처럼 여기며 체벌과 방임, 일가족 동반 자살까지 다양한 폭력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2부는 미혼모·한부모 가족이나 다문화 가정처럼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가족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제도적 배제를 짚는다.
3부는 누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지 묻고 한국 사회가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주의의 폐해를 드러낸다.
4부는 공동체를 어떻게 바꿀지 대안을 찾는다 .
저자는 가족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모순을 아이의 시선으로 드러내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안락한 울타리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의 가족은 정상가족인가?
사랑의 매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공교롭게도 최근 <참교육>이라는 드라마가 대유행하며 사랑의 매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방식말이다.
국내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족 내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결코 가족이 아이의 안전지대라고만 말할 수 없다.
저자는 폭력과 사랑을 연결하는 표현 자체가 위험하며, 체벌은 아이들에게 “나는 언제든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메세지는 지금은 맞는 입장의 아이들이지만 언제든 통제권을 행사할 때 때리는 아이로 바뀔수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경고한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한다.
한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이 기준을 꼽기도 한다.
맞다. 아이들은 작은 인간이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체벌을 금지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스웨덴 사례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점이 크다 .
제도는 변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들
개정증보판인 이 책은 초판 출간 이후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징계권 조항 삭제, 입양 절차의 공공화,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 부양의무제 폐지 등이 그 예다.
덕분에 미혼모·한부모 가족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친권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는 인식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저자는 삶은 개인주의적으로, 해법은 집단주의적으로라고 말하며 집단적 돌봄과 공공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동을 돕는 NGO에서 일하는 나 역시 이런 변화들을 환영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이 학대당해 숨지는 사건이 반복되고, 해외 입양이 계속되며, 출생 등록제 같은 기본 제도가 미완성인 현실을 보면 갈 길이 멀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인식의 변화가 더디다는 점이 현장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정치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도 아쉬움도 남는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국가 vs 가족' 구도로 논의가 흘러가게 두면 결국 해결되지 못하는 숙제만 쌓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모든 문제는 정치와 큰 정부의 개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기존 제도나 공동체의 장점을 어떻게 계승하고 더 크게 만들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고민되면 좋겠다.
사실 현장에서 있는 사람으로 법과 정책은 필요하지만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부모 교육과 지역 공동체, 기업문화 개선(육아휴직 및 다양한 제도의 활용) 등 다양한 길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복잡한 현실을 다루는 책일수록 여러 목소리를 담아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의 언급이 없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함께 돌보는 공동체를 꿈꾸며
이 책은 한국 사회를 옥죄는 가족주의를 비판하며, 아이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상상하도록 만든다.
미혼모가 편견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국내에서 가정을 찾으며, 학교·직장이 육아를 공공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사회를 꿈꾸게 한다.
익숙한 프레임 속에서 가정이란 상자를 조금만 비틀어 보면 그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책은 그 목소리를 들려주고, 우리는 그 울림에 어떻게 응답할지 고민하게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상한 정상가족>은 꽤 괜찮은 길잡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가?
책이 묻는 그것이 과연 진짜 정상인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보자.
그리고 조금 더 괜찮은 세상을 꿈꿔보자.
우리 모두가 더 넓은 ‘가족’을 꿈꾸기 시작할 때 그때 변화는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