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무용수 - 인생은 언제나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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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집


암스테르담에는 <안네의 일기>의 무대가 된 안네가 살던 집이 있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갑자기 알게 곳에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은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음산했다.

좁은 계단과 숨 막히는 다락방, 마치 빛을 들이지 않으려는 것 같은 작은 창.

뭐랄까. 감옥이 있다면 이렇겠구나 싶기도 했다.


나는 늘 이런 곳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보다, 이곳을 벗어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전쟁 생존자들은 전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영웅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그들이 홀로코스트의 그 끔찍한 기억을 이겨내기까지의 길은 얼마나 길고 외로웠을까.

나는 늘 이런데 감정이입이 되곤 한다.


이 책 <아우슈비츠의 무용수>은 그 이야기다.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

어떻게 고통받았고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저자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녀는 16세 발레리나로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부모와 헤어지고 악명 높은 멩겔레 앞에서 춤을 추어야 했다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 지옥에서 도망 나올 때는 시체 더미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 나왔노라 회상한다.

그리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이 힘들었다, 혹은 그곳을 고발한다며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상처 그 너머의 이야기.

그녀가 전하는 위대한 회복의 이야기다.



상처 입은 치유자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수용소 생활, 전후 미국 이민까지를 섬세하게 들려준다.

하루아침에 자유를 빼앗긴 수용소에서 그녀는 "마음속에 넣은 것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로 하루를 버틴다.


굶주림과 폭력 속에서 그녀는 동료를 위로하고, 동생을 돌봤으며, 심지어 죽음의 의사가 요구하는 춤까지 추어야 했다.

이러한 삶은 트라우마로 남아 전후에도 그녀의 몸과 마음을 여전히 감옥에 가둬 놓았다.


그녀는 이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심리학자가 된다.

이후 그녀는 내담자들을 치료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아직 꺼내오지 못한 감옥 속의 영혼들을 치유하며 그녀는 삶을 이어간다.


이 책은 그 치료의 기록이기도 하다.



마음속 감옥


그녀는 누구의 상처도 사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가 겪는 고통을 서로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실 가장 상처받은 사람, 전쟁이라는 국가가 벌이는 범죄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아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억울하고 자신의 상처를 내보일법한데 그녀는 그러지 않는다.

모두의 상처를 그녀는 가만히 끌어안는다.


돌이켜보라.

우리 또한 각자의 상처가 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혹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우리는 그 상처를 내보이며 자꾸만 남의 상처와 비교하며 '내가 더 아프다'고 말한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처한 조건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에 대한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이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결론과도 결을 같이 한다.


상황을 선택할 수 없을 때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과거를 부정하거나 억누르는 대신 고통을 직면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라.


우리는 가해자에게 용서받으면 무언가 해결될 거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마음의 감옥을 연다는 것은.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라기보다 더 이상 이런 과거의 상처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그 감옥을 여는 열쇠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그 그 선언에서 시작한다고.



당신은 또 다른 감옥을 택할 것인가


꽤 긴 책을 읽으며, 안네의 집에서 바라본 그 컴컴한 작은 창문이 다시 떠올랐다.


불행하게도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 같은 21세기에도 우리는 전쟁의 소문을 듣는다.

그리고 그 전쟁의 포화속에 또 다른 아우슈비츠에 사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해방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마음속에 아우슈비츠를 만들고 자신을 가두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이 일에 가해자가 될 수도, 다정한 해방자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나는 우리도 해방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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