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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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팝을 좋아하나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케이팝을 잘 모른다.

누군가는 상식처럼 이야기하는 몇 세대 아이돌이니 하는 말도 낯설고 팬덤의 문법도 그렇다.

그래서 처음 <펑펑>의 표지를 봤을 때 이걸 내가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별 걱정을 하며 책장을 펼치긴 했는데 생각보다 책은 어렵지 않았다.

아마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조금 어릴 것 같아 보이는 저자는 케이팝을 이야기하며 예능에서나 보던 이름들과 더불어 우리 세대의 아이돌까지 소환해 내는데 외국어로 뒤범벅이 된 글자들 사이에 아는 영단에 몇 개를 찾아낸 것처럼 반가웠고, 또 아는 이름들이 나오자 책은 꽤 즐겁게 읽히기도 했다.


사실 우리 나이쯤 되면 케이팝을 입에 올리고 팬을 자청하는 것이 조금 민망스럽다.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케이팝의 이면을 봐야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무대 앞에서 열광하는 건 왠지 어른의 태도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또한 거대한 편견이다. 인정)


재밌는 건 저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케이팝의 산업구조의 문제는 문제고,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며 울었던 시간은 또 다른 이야기라고.


맞다. 사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 사달이 나는 경우가 우리 삶에는 꽤 많다.



2. 케이팝을 통해 바라본 세상


초반부가 케이팝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성 아이돌이 어떤 시선 속에서 소비되는지,

왜 누군가는 노래보다 몸매를 먼저 평가하는지,

팬덤이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이야기한다.


이전에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 2NE1의 팬클럽이 기후 위기를 위한 모금활동과 기부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일련의 활동을 지근거리에서 보며 팬덤이라는 게 단순히 앨범을 사고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집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제 팬덤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세상을 읽고, 사회를 읽고, 자기 자신을 읽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의 스타가 연예산업의 소모품으로 사라지는 걸 거부한다.

팬의 이름으로 이 구조를 바꾸고, 세상을 더 좋아지게 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보니 이들이 조금 달라 보이기도 했다.

뭔가 존경스럽기도 했고.



3. 낭만에 대하여


나는 어린 시절 리어카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던 시절,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대중가요를 배웠고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면 꼭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순서대로 들었다.

(사실 테이프는 여기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끝까지 들을 뿐)

재킷을 펼쳐보고 가사를 읽고, 왜 이 노래가 1번 트랙인지, 왜 저 노래가 마지막 곡인지 혼자 상상하곤 했고 어쩌다 이에 관한 기사라든지 인터뷰를 볼 때면 혼자 흐뭇해하곤 했다.


그렇게 앨범을 꽉 채운 아티스트의 취향과 선택을 들으며 그를 이해하기도 했고 그 음악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유튜브 스트리밍이 어색하다.

좋아하는 가수가 컴백한다치면 CD나 LP를 더 찾고,

디지털 싱글이니 뭐니 하면 괜히 섭섭해진다.


이 책은 케이팝 이야기를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음악을 사랑하던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을 자꾸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던 아이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괜히 다시 처박아 놓은 LP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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