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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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학원에서 사회복지정책을 전공했다. 꽤 이것저것 많이 배웠는데 그 수많은 배움에도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다.

하필이면 선거철이다. 누군가 세상은 계속 진보한다고 했지만 그 선언이 무색하게 자꾸 뒤로만 가고 있는 공약들을 보는 것이 힘겹기도 하다.


이번 선거도 그랬다.

집으로 배달되어 온 공보물에는 모두가 노동을 이야기하고, 복지를 이야기하고, 청년과 주거를 이야기하는데 자신이 약속하고 있는 공약이

이전에 한번 실패했거나 상대측의 공약이라거나 혹은 자기 진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약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더 심각한 건 선거 이후 누가 당선되더라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이 한 약속을 너무 쉽게 잊고 4년 뒤에 똑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더 큰 문제는 이걸 우리도 잊는다는 점이다.


한겨레 기자로 오래 일해온 이창곤의 책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는 이 문제를 마주한다.

정책이라는 키워드로 정치를 둘러싼 생태계 전체를 톱아보며 우리에게 정책은 왜 늘 실패하는지를 풀어낸다.



정책 생태계


그는 정책 실패의 근본 원인을 시민이 배제된 채 움직이는 폐쇄적 정책 생태계에서 찾는다.


사실 우리는 세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복지 예산이 왜 늘거나 줄어드는지, 교육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행되는지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도 없다.

행여 유난한 사람이 이 과정을 알라치면 지난한 과정이 따라온다.


기자로써 이러한 일을 우리 대신해왔던 저자는 대통령과 관료, 정당, 언론, 시민단체, 기업 등 다양한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이야를 들려준다.

그리고 권력이 특정 집단에 집중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부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든 시민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이 정치와 정책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멀어지는지 들려준다.



정치와 언론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저자의 다른 칼럼들도 꽤 찾아보았다.


그의 문제의식은 정당이나 언론에도 있는데


첫째, 그는 정당에 관해 이야기하며 한국 정치는 왜 정책 중심으로 움직이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사람을 뽑지 정책을 선택하지 않는다.

누가 더 좋은 비전을 제시하는지 보다 누가 더 강한 사람인지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 버린 선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둘째, 우리는 언론이 정책을 감시한다고 배웠는데 실제로 요즘은 언론은 클릭 수에 더 관심이 많다.

정치적 갈등이나 싸구려 정쟁은 늘 정책을 뒷자리로 밀어버리고 이런 제목뿐인 이슈를 모든 언론은 전면에 내세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논쟁은 설자리를 잃는다.

설령 이에 집중하는 언론이나 정치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아마 구글링 가장 끝자락에서 그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좋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저자가 복지를 전공한 것 같지는 않는데 의외로 그는 복지정책에도 깊이 관여한다.

커뮤니티 케어. 즉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체계를 말한다.


언뜻 들으면 너무 당연하고 좋은 이야기 같지만 이 정책은 아직도 제대로 된 기틀을 잡지도 못했다.

기존에 이 업에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예산, 제도의 벽은 기득권이 되어 정책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복지현장의 변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기득권의 벽은 이들이 넘기에는 굉장히 큰 산으로 존재한다.


아마도 좋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기득권을 깨고 움직일 사람들의 조직화된 힘이 없어서.

어쩌면 이것 또한 결국 사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시민이 되어야 할까


저자는 이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민의회와 공론장, 장기 국가 비전과 같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이런 제도들도 필요하지만 결국 남는 질문은 이거다.


당신은 정책의 소비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정책의 주체가 될 것인가.


성숙한 시민사회는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거철에만 분노하고 투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후보의 공약을 읽고, 언론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와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매일의 생활에서 쌓여야 한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사회 보다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정답을 외치는 사람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은 사회.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좋은 정책은 좋은 시민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은 묻는다.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자.


당신은 좋은 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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