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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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울 때, 길이 보인다


이다혜 작가를 좋아한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도, 책 이야기를 할 때도, 사람 이야기를 할 때도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이 좋다.

이다혜 작가의 글이 딱 그렇다. 지나치게 냉소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섣불리 희망을 팔지도 않는다.


그래서인가. 책 이야기를 좋아하고 자주 하는 사람으로 그의 첫 책 <책 읽기 좋은 날>은 지금도 내가 추천하는 책 제일 위 칸에 있다.

그의 책을 만나면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출근길의 주문>도 그랬다.


몰랐는데 7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온 책이다.

커버에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책으로 소개되지만, 사실은 오래 일하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책에 가깝다.


언어와 관계, 마음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누군가의 성공담보다 실패담과 고민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언젠가부터 달게 된 시니어의 직책.

권한은 많지 않은데 책임은 늘어나는 시기.

많다고 생각했던 후배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떠나고 그에 반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 그 답답한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자꾸만 지치고 흔들린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는 내게 말하는 듯했다.



언어 – 라뗴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책의 첫 번째 주제는 언어다.


우리는 일을 배우지만 말하는 법은 잘 배우지 못한다.

특히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내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다혜 작가는 쿠션어와 스몰토크, 호칭 같은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사회생활의 중요한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릴 때는 직설적인 말이 효율이라고 생각했다.

요점만 말하는 것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직언이 누군가에게는 압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조금 다르게 말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들리기도 한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소위 말하는 '잘'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네트워크 –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일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과 일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경험이다.


책은 여성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조금 더 조언한다.

업계를 넘고 세대를 넘는 관계를 만들라고 권한다.


나도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떠나 지금도 가끔 연락하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

힘든 시기에 마음을 터놓고 물어보고 조언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터에서 만났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던 사람들이다.



마인드셋 – 오래달리기 위한 마음의 체력


지금 가장 고민하고 또 공부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번아웃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늘 더 빨리 가야 한다고 배운다.

더 성장해야 하고, 더 성과를 내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속도를 내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것 즉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일단 해보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도 대부분 그랬다.

사회복지사에서 NGO 마케터가 된 일도, 블로그를 시작한 일도, 브런치에 글을 쓰려 했던 일도 처음부터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한번 해본 일이었다.

생각보다 인생은 준비된 사람보다 먼저 손을 드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 – 오래 일하는 사람의 비밀


이 책의 제목은 <출근길의 주문>이다.


왜 하필 주문일까.


그가 말하는 주문은 마법이 아니다. 현실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다시 꺼내 읽게 되는 문장 혹은 루틴 같은 것이다.


다들 성공을 말하는 시대에 이 책은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일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버티는 법을 이야기하고, 함께 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오래 일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나는 믿는다.


오늘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 것.

혼자만 잘하려 하지 말 것.

그리고 가능하면 오래 일할 것.


이 주문이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길.

꽤 뿌듯하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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