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 20년 차 문학동네 마케터의 영업비밀 本(본)
정민호 지음 / sbi(한국출판인회의)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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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부터 조금 궁금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하루키의 <1Q84>, 김훈의 <하얼빈> 같은 빛나는 책들 뒤에서, 대체 어떤 사람이 그 문장을 ‘읽고 싶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출판 마케터는 아닐지언정 북콘텐츠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리길래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한 문장에 쓱 지갑을 열까 이 방법은 알아야겠다 싶기도 했다.


좋은 책은 작가가 쓰지만, 읽히는 책은 누군가의 질문과 전략을 통과해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이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바로 그 보이지 않던 자리, 책과 독자 사이에서 수많은 문장을 다듬어온 사람의 기록이다.


짱고책방을 오래 운영하며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지금도 나는 우왕좌왕한다.

단순히 내 감정을 쏟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결국 누군가의 클릭과 머무름까지를 고민해야 하는가.


물론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내 몫이긴 한데 이 책은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그에 꽤 분명한 답을 준다.

팔리는 글을 쓰려면 단순히 잘 쓸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서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첫 번째, 사람은 정보보다 ‘나와 닿는 이유’에 반응한다


책이 가장 먼저 말하는 건 독자의 니즈다.

조금 뻔한 말 같지만, 우리는 글을 쓰며 이 단순한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종종 ‘내가 좋았던 것’을 말하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래서 그게 지금 내게 왜 필요한데?’를 먼저 묻는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랬다.

육아가 버거운 날엔 위로를 찾고, 일이 흔들리는 날엔 방향을 찾는다.

결국 책도, 콘텐츠도, 브랜드도 지금의 나와 연결될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손이 간다.


짱고책방 서평을 쓰며 종종 가장 잘 쓰이는 부분도 결국 줄거리의 요약보다 “이 책이 지금 내 삶에 왜 들어왔는가”를 적은 부분이었다.

문득 드는 생각은 독자의 욕망을 읽는다는 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의 하루를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마케팅은 부풀리는 일이 아니라 본질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일


이 책에게 가장 좋았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1을 100으로 부풀리는 게 아니라, 1이 왜 1인지 알리는 것.’


수많은 캠페인을 기획하며 제일 어려웠던 건, 그리고 결국 중요했던 건 감동을 쥐어짜 내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진심, 이미 존재하는 필요,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더 잘 보이게 하는 일이다.


저자는 글도 그렇다고 한다.

어그로로 가득한 문장은 순간 시선을 끌 수 있지만 오래 남지는 않는다.

조회수는 높을지언정 신뢰도는 떨어진다.


돌이켜 보면 내가 오래 좋아한 글들도 대개 그랬다.

온갖 수식어가 덕지덕지 한 글보다 진짜 마음이 먼저 보이는 글.

글쎄 이상하게도 그런 글을 문장 몇 개만 읽어도 알 수 있다.


팔리는 글의 핵심이 의외로 ‘진짜를 더 진짜답게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 반가웠다.


세 번째, 안전한 문장은 기억되지 않는다


“7초에 1권 팔린 소설.”


무려 하루키의 책을 마케팅하면서도 하루키라는 이름보다 먼저 속도를 말한 문장.

익숙한 방식 대신 완전히 다른 각도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은 카피.


나 역시 글을 쓰거나 캠페인 카피를 정할 때 무난한 표현, 실패하지 않을 문장을 고르는 편이다.

그런데 무난한 문장은 대체로 무난하게 흘러간다.

튀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안전하게 머물러 있다 사라지는 문장.


책은 그 안전지대를 벗어나라고 말한다.

조금 다르게 보고, 다르게 묻고, 다르게 설명하라고.


결국 사람을 멈춰 세우는 건 정보의 양보다 관점의 각도일지도 모르겠다.

내 글도 조금 뾰족해지려면 이 부분에게 도약해야 한다.



네 번째, 장점을 발견하는 사람만이 끝내 팔리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책의 단점을 찾기보다 끝내 장점을 발견해 내려는 태도였다.


사실 단점을 말하는 건 쉽다.

별로였다고, 아쉽다고, 흔하다고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장점을 끝까지 찾아내는 건 애정이고 실력이다.


언젠가 단점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게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좋은 마케터가 장점을 발견하듯, 좋은 독자 역시 책 속에서 자기만의 문장을 발견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들었다.



결국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단순히 책을 많이 파는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본질을 발견하고, 더 나은 문장으로 연결하는 법을 알려준다.


어쩌면 팔리는 글이란, 많이 속이는 글이 아니라 많이 이해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텍스트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을 이해하고, 지금 이 시대의 시선을 이해하는 글.


그리고 그런 글이라면

비단 책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조금 더 깊이 닿게 만들지 않을까.


더 잘 쓰기를 바라지만 늘 쉽지 않다.

천권이 넘는 책을 리뷰했지만 아직도 어렵다.


그래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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