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우주에서 깨어났는데


700쪽이 넘는 SF 소실을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영화를 알지 않았다면 손도 안 댔을 것 같은 책을 집어... 들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학도, 우주도, 인류 멸망도 뭐 다 좋은데 와 이거 나 읽을 수 있을까? 


그렇게 어렵게 집어 든 책인데 웬걸.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런 망설임을 부끄럽게 그리고 꽤 빠르게 무력화시킨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홀로 깨어난 남자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이름도, 왜 그곳에 있는지도 모른 채 죽은 동료들 사이에서 서서히 현실을 복기해 가는 이야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때때로 그렇게 깨어난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무엇을 위해 버텨왔는지 잊은 채 하루를 견디고,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기억해 낸다.

내가 여기 있었던 아니 있어야만 하는 그 이유를 말이다.


소설은 결국 거대한 우주 서사를 빌려 결국 한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이유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책이 잘 읽히지도 않는 과학 공식을 딛고 끝까지 읽히는 이유는 결국 이것이 우리 삶의 이야기 혹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살고 싶어서. 아니,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서.



과학말고 다정함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SF 과학소설의 정점으로 평한다.

그런데 막상 끝까지 읽고 남는 건 내게 남은 건 관계와 그 다정함이다.


이 중심엔 로키가 있다. 전혀 다른 종족,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

모습도 사고도 언어도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누구보다 깊이 연결되는 존재.


처음엔 이 설정이 흥미로웠고, 이후엔 조금 웃겼고, 마지막엔 조금 벅차기까지 했다.

존재부터 다른 이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함께하는 이야기라니.


“이해함. 실제로 이해는 아니지만... 이해”


로키는 책 속에서 계속 '이해함'을 외치지만 결국 '실제로 이해는 아니지만'이라고 실토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쩌면 우리 관계의 본질에 훨씬 가까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타인을 완벽히 이해해서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 이해할 수 없어도 함께하기로 선택한다.

그 선택이 이해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관계없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이고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신뢰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정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앤디 위어는 이 낯선 우주적 우정을 통해 묻는다.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헤일메리는 무엇인가?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역전을 위해 엔드존을 향해 던지는 무모한 패스라고 한다.

성공 확률은 희박하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때 던지는 패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수없이 작은 헤일메리를 던지며 살아간다.


안 될지도 모르지만 해보는 선택, 실패할 가능성이 커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돌아갈 수 없는 길임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내딛는 결정.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눈부신 이유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인류를 구하는 거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실은 한 존재가 끝내 희망으로 방향을 틀어내는 이야기.

절망 속에서도 농담을 잃지 않고, 계산보다 생명을, 귀환보다 책임을 선택하는 인간의 이야기.


어쩌면 사는 일도 이렇지 않을까.

거창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것.

그 끝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한 번쯤은 덤벼보는 것.


지금 나는, 내 삶의 어떤 헤일메리를 던지고 있는가.

아니면 이 게임은 끝났다고 주저앉아 있는가.


괜히 무릎에 힘을 준다.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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