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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무리라는 말의 온도
사람은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버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날은 혼자라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를 찾는다.
그리고 이상하게 나와 어울리는 사람보다 나와 비슷하게 조금씩 어긋난 사람을 찾을 때가 있다.
다름에서 오는 평온? 여하튼 그런게 그리운 날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늘 한 발쯤 밀려나 있는 사람들.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서성이는 사람들.
그런 이들은 더 쉽게 서로를 알아본다.
‘무리’라는 말은 원래 타인처럼, 괜히 차갑게 들리는 단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안에서는 이상하게 온기를 지닌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묶이는 관계.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무리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관계
관계는 늘 가까워지기 위해 시작되지만, 이상하게 가까워질수록 균열이 생긴다.
이 책의 인물들도 그렇다.
서로를 붙잡고 싶어 할수록 더 상처를 주고, 이해하려 할수록 더 멀어진다.
그래서 이들은 늘 불안하다.
언제든 끊어질 수 있고, 실제로 자주 끊어진다. 그런데도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은 위로
이 책은 무리해서 어떤 위로를 주려 하지 않는다.
책의 어떤 문장이 삶을 바꾸거나, 누군가를 완전히 구원하지도 못한다.
대신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 남는다.
같이 무언가를 닦는 순간, 아무 말 없이 곁에 있는 시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떠나지 않는 태도.
이런 장면들이 일상의 순간에 반복되면서 어떤 마음이 만들어진다.
‘그래도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나쁜’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것
이 책의 제목에 붙은 ‘나쁜’이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쉽게 타인에게 붙이는 이름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불편한 사람들, 가까이 두기 어려운 사람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나쁨’이 사실은 어떤 종류의 결핍이라는 걸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버려질까 두려운 마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몰라서 생긴 서툼,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 생긴 왜곡된 방식들.
그렇게 생각하면 ‘나쁜 무리’라는 말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그들은 그저 주어진 삶을 잘 살아보려 애쓰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간다
짱고가 가끔 내 옆에 와서 몸을 붙이고 앉아 있을 때가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놀아달라는 것도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
언젠가 이 장면에서 ‘좋아한다’와 ‘곁에 둔다’의 차이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그 차이를 계속 묻는다.
좋아하지 않아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그래도 곁에 둘 수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과, 완벽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책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권한다.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달라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