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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 글을 사랑한 프리랜서 편집자의 작업 세태에세이
유민정 지음 / 소도구 / 2025년 7월
평점 :
1. 낮음에 관하여
요즘은 주로 책을 읽는 시간은 퇴근 이후의 밤이다.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책이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펴 든다.
<가장 낮은 곳에서>라는 제목에 처음에는 기독교 서적인가 했다.
그런데 웬걸 낮다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 작가는 이 낮음을 '보편'의 의미로 가져온다.
그렇다면 글이 낮은 곳에 머문다는 건
누구나 살아가는 자리 가까이에 글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쉽게 쓰이고, 쉽게 읽히고, 쉽게 지나쳐지는 것.
그렇게 누군가의 하루와 맞닿아 닿을 듯 말 듯 숨 쉬고 있는 문장.
맞다. 글은 특별한 자리에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아니 오히려 지극히 낮은 자리에서 사람의 삶을 보필하고 함께 항해해야 한다.
그것이 글이다.
2. 글쓰기, 좋아하세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리고 이제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저자의 책이다 보니
글에 관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AI가 쓰는 글, 글을 쓰는 마음, 문장을 만들어가는 방법 등.
그런데 이런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그는 계속 스스로에게(혹은 우리에게) 묻는다.
왜 계속 쓰고 있는가?
프리랜서 편집자, 윤문가, 디자이너.
그렇게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살아온 저자는
‘그래도 글이 좋았다’고 고백한다.
글이 좋았다..
같은 글쟁이 입장에서 뭔가 부럽고 괜히 끌렸다.
나도 글이 좋은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써본 적이 있었던가?
3.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는 삶
책은 그렇게 성공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아직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여러 일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이른바 n잡러의 삶.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이어가면서도 그는 글을 놓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이건 선택이라기보다 마치 쓰는 행위를 포기할 수 없어서 이어가는 일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더 대단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귀찮고, 힘들고, 오늘이 바빠서 쓰는 행위를 포기하는 나다.
그런 나와 달리 저자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았다.
돈이 되지 않아도, 당장 쓸모가 없어 보여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자리에서 그는 계속 썼다.
옳다. 좋아하는 일은 결국 계속하게 되어있다.
그 일이 결국 우리의 숨을 쉬게 한다.
4. 글은 결국 사람에게 닿는다
꽤 긴 책을 한자리에서 읽었다.
읽는 동안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는데 다만 글이 결국 사람을 향해있다는 큰 이야기 하나는 꽤 오랫동안 남았다.
단어를 고르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고,
문장을 만드는 일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과정이다.
그래서 좋은 글은 잘 쓰인 글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듬을 수 있는 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쓴다.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저자의 믿음처럼 이 문장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아 그를 보듬을지도 모른다.
또 아니면 어떤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데.
*소도구라는 출판사 이름이 참 좋았다.
그렇게 가장 작은 쓸모를 글로 세상에 그려 나가는 저자와 출판사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