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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ㅣ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20년 전의 이야기
어느 날 인스타를 보다 우연히 들은 김창옥의 이야기에 20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손에 들게 했다. 그는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나오는 구절. "인간에게 가장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돕되, 내일부터 하게 하라"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정말 그랬다. 20년 전에도 그랬는데 살아보니 저 이야기가 얼마나 우리에게 두려운 이야기인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내일을 현실로 만드는 법을 알지 못한다. 이끌리듯 20년 만에 책장을 펴며, 나는 다시 한번 악마의 편지 속에서 나를 비추는 삶의 질문을 마주했다.
악마의 편지, 인간을 비추는 거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숙련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신참 조카 웜우드에게 보내는 31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출판사 홍성사는 이 책을 "정본 C.S. 루이스 클래식"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재출간하며, 노련한 악마의 조언을 통해 인간 본성과 유혹의 본질을 통찰하는 작품으로 소개한다. 실제로 1942년 출간된 이래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은 "여전히 신선하고 반짝거린다"는 평을 받는다. 인간의 일상과 생각 하나하나가 영혼의 운명을 가르는 전쟁터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경쾌한 유머와 날카로운 비유 속에 삶과 신앙의 깊은 본질을 담고 있다.
"유혹자의 안내서"
처음 읽었을 때는 복잡한 악마의 시점과 역전된 언어("우리 아버지"는 곧 사탄이라는 혼란스러움)에 당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니, 루이스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유혹자의 안내서"라 불리는 이 책은 어떻게 인간을 교묘히 속이고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그것이야말로 독자를 깨우는 메시지라고 평했다.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는 "종교 풍자의 걸작"으로 유혹과 구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독과 재독 사이에서
나 또한 첫 독서와 재독 사이의 나를 돌아본다. 20대의 내가 스크루테이프의 유쾌한 아이러니에 심취했다면, 지금의 나는 글자마다 배어 있는 진지한 통찰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어쩌면 처음과 다시 읽은 사이의 차이는 책이 아니라 나의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20년, 졸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나는 사람들의 위선과 자기합리화를 뼈저리게 보았고, 그것은 스크루테이프가 지적한 인간 심리의 묘사와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어린 날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조직의 이면까지도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스크루테이프의 직언, "우리의 가장 큰 협력자 중 하나가 교회다"라는 말은 뼈아프게 공감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신이 필요하다
스크루테이프는 "인간은 교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아주 작은 것에 정신이 팔려 인생을 허비할 수 있는 허무하고 연약한 존재"라고 진단한다. 또한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을 직접 볼 수 없고, 몸의 상태가 영혼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옳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없고 하루의 컨디션에 따라 나의 오늘을 망쳐버릴 수 있는 존재.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에 집중할 때 하찮아지는 삶의 문제들이 있다. 우리는 주로 그것들에 집중하며 오늘을 보내지만 살아본 후에 우리는 그것들이 얼마나 지엽적인 문제였는지 깨닫게 된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오늘의 선택이 영원을 만든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깨달은 것은 이런 약할 때의 인간이 하는 순간의 선택이 결국 영원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악마가 가르치는 유혹의 기술도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는 거울이다.
당신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들이 내게 건넨 질문들을 들어볼 용기가 있는가?
가장 멋진 계획을 세워두고 내일로 미루고 있진 않은가.
"인간에게 내일은 없다"는 이 우스꽝스런 조언은,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경고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어떤 새로운 계획으로 지금 행동할 것인가?를 C.S 루이스는 우리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