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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지음 / 클 / 2025년 6월
평점 :
손놀림이 남긴 문장들
요리사 최강록을 처음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흑백요라사> 속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말수가 적고, 동작은 느리지만 흔들리지 않는 태도.
그가 요리를 대하는 자세는 언제나 차분했고, 조리대 앞에 선 그 침묵마저 하나의 설명처럼 느껴졌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바로 그 침묵의 시간을 글로 옮겨놓은 책이다.
이 책은 요리의 세계를 해설하지 않는다. 대신 요리를 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시간을,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 보인다.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생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요리는 결코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최강록이 말하는 요리는 언제나 생활의 언저리에 있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불 앞에 서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다음 날을 준비하는 반복.
그 반복 속에서 저자는 요리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체력적이고 고독한 일인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부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셰프의 전문적인 시선보다, 오히려 일을 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기에 가깝다.
요리를 업으로 삼지 않은 독자들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식당을 한다는 것,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지점
책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식당을 한다는 것’은 특히 인상 깊다.
식당을 운영하는 하루가 시간대별로 펼쳐지는데, 그 안에는 낭만도, 성공담도 없다.
대신 계산기 위의 숫자, 예측할 수 없는 손님, 줄어드는 체력, 그리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다.
그는 불안하고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일을 좋아하지만, 일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 때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이 책은 그 복잡한 감정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최강록 쉐프가 좋았다.
내향인의 노동 서사라는 또 하나의 얼굴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떠오른 말은 어딘가에서 들은 '내향인의 분투기'였다.
최강록은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요리사로서의 성취도, 방송에서의 경험도 자랑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잘되지 않았던 순간들, 흔들렸던 마음, 선택을 망설였던 시간들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래서 이 에세이는 요리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내향적인 사람이 세상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처럼 읽힌다.
크게 외치지 않아도,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삶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요리를 통해 다시 묻게 되는 질문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남는다.
우리에게 음식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일이라는 것은, 직업이라는 것은 삶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는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우승하고 나서 재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계속 곱씹어 보게 만든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
아니 좋아하기까지 않더라도 내가 매일 대하고 있는 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던 적이 얼마나 있는가.
실패해도 또 도전하고, 실패해도 또 도전하는 그의 무던함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요리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냈는지, 내일은 어떤 마음으로 일터에 서게 될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아마 지금 더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같은데,
단순히 그의 유명세로 베스트에 있는 것만은 아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