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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글쓰기 - 일잘러를 위한 관계와 소통의 기술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회사에서는 왜 글쓰기가 곧 일일까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된 것들 중 하나가 일이 생각보다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의에서 말한 아이디어는 결국 문서가 되어야 했고,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은 이메일 한 통으로 정리되어야 했다. 보고서, 기안문, 제안서, 메신저 메시지까지.
하루를 돌아보면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글로 남아 있었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회사에서는 글쓰기가 부가적인 능력이 아니라, 일 그 자체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말한다.
나는 일은 잘하는데 문서를 못 만든다고 말하는 직장인이라면, 왜 당신의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잘 쓴 글보다 필요한 것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글쓰기 기술보다 먼저 '관계'와 '심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회사 글쓰기라고 하면 논리적인 구조, 깔끔한 문장, 보기 좋은 포맷을 떠올린다.
하지만 강원국은 단호하게 말한다. 직장 글쓰기는 논술도 소설도 아니며, 절반 이상은 심리의 문제라고.
상사와의 관계가 어색한 상태에서 아무리 잘 쓴 글도 읽히지 않는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문장이라도 신뢰가 쌓여 있다면 끝까지 읽힌다. 이 책은 그 당연하지만 누구도 쉽게 말해주지 않았던 진실을 차분하게 짚어준다.
글은 결국 사람이 읽는 것이고, 회사에서의 글은 늘 상대를 향해 있다는 사실 말이다.
상사의 머릿속을 상상하는 법
<직장인의 글쓰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상사의 시선’이다.
저자는 회장을 모든 상사의 상징으로 설정한다.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면, 그 아래의 사장과 부장, 과장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논리다.
우리는 보통 나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 일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왜 시간이 더 필요한지를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상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다르다. 지금 이 일이 왜 중요한지,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무엇을 결정하면 되는지다.
이 책은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내가 이 글을 왜 쓰는지'보다 '상사가 이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묻도록 만든다.
회사 글쓰기의 진짜 목적
강원국의 글쓰기는 설득을 위한 글쓰기다. 감정을 배제한 냉정한 보고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실무적 설득이다.
그래서 책에는 아부와 잡담, 토론과 협상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곱씹어 보면 모두 같은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주니어들에게 이 질문은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맞는 말'을 하는 데 집중하지만, 회사에서는 '통하는 말'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맞는 말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통하는 말의 형태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글을 바꾸면 출근길이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글쓰기를 통해 회사 생활 전체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글이 바뀌면 오해가 줄어들고, 오해가 줄어들면 관계가 부드러워진다. 관계가 부드러워지면 출근길의 마음도 가벼워진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단기간에 문장을 세련되게 만들어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오래 곁에 두고, 보고서를 쓰기 전이나 메일을 보내기 전 한 번쯤 펼쳐볼 수 있는 책이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회사라는 공간을 이해하는 안내서로, 몇 년 차 직장인에게는 스스로의 글쓰기 습관을 점검하는 거울로 읽힌다.
주니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이 책이 특히 연차가 낮은 주니어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아직 조직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고, 말 한마디·문장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강원국은 글쓰기를 통해 조직을 이해하고, 관계를 해석하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보여준다.
회사에서 글쓰기가 곧 일이라면, 이 책은 일을 덜 힘들게 만드는 설명서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만약 오늘도 메일 한 통을 보내기 전에 잠시 멈칫했다면, 보고서 첫 문장을 쓰지 못해 커서를 깜빡이고 있다면, 이 책은 꽤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깊이 읽고 천천히 적용해 보길 권한다.
그리고 어느 날, 출근길이 조금 가벼워졌다면 그 변화의 시작은 아마 이 책 속 문장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