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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직관과 객관|숫자 앞에서 사람이 사라지지 않도록
1985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지리학과 졸업생의 평균연봉이 1억 1천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미국에서 지리학과가 그렇게 유망한 학과이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기 명문대인가?
아니다. 그 대학은 마이클 조던이 졸업한 학과다.
이 예는 우리가 믿는 숫자가 얼마나 엉터리일 수 있는지 우리에 알려준다.
이 책 <직관과 객관>은 비슷한 이야기들로 문을 연다.
숫자에 대한 책이지만, 숫자를 맹신하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다.
평균의 함정보다 더 심각하게 우리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소위 '객관적이라는 착각'이다.
설명했듯 숫자는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숫자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순간 이미 인간의 직관과 편향이 개입된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곳곳의 이런 오류를 짚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은 표본이 만드는 큰 착각
생각보다 사람들은 표본의 크기를 쉽게 무시하곤 한다.
3건의 사례와 1만 건의 조사를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생각보다 흔하다.
저자가 말하듯 표본이 작을수록 결과는 극단으로 흔들리기 쉽고, 그 극단은 직관에 강하게 각인된다.
우리는 종종 숫자로 이루어진(이를테면 3대 맛집, 혹은 90% 이상이 선택한 같은) 이야기에 설득되지만, 그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대표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지금도 SNS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어쭙잖은 숫자를 들이밀며 확신에 차서 말하고 있는가.
숫자를 본다는 건 수치를 읽는 일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함께 살피는 일이다.
저자는 이를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무지는 왜 우리를 더 확신하게 만드는가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을 가장 굳게 믿는다."
미셸 드 몽테뉴의 이 문장은 이 책을 아우르며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다.
무지는 조심스러움을 낳기보다 오히려 대담함을 부른다.
확신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문을 멈춘 지점에서 생겨난다.
저자는 인간의 자기 과신이 어떻게 판단 오류로 이어지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면서도 스스로를 예외로 두는 심리를 해부한다.
타인의 편향은 쉽게 보이지만, 자신의 편향은 좀처럼 인식되지 않는다.
사람은 재미있는 동물이다.
수학과 사람, 양립 가능해야 하는 것들
수학을 소위 '문과형 인간'에게 닿지 않는 영역으로 밀어내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해석할 중요한 언어 하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저자는 수학을 일부에게 주어진 재능이 아니라 학습되는 언어로 설명한다.
옹알이에서 말로 나아가듯, 숫자 역시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이 관점은 데이터 리터러시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바꿔 놓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배제하는 대신 천천히 배워가는 쪽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사람을 향한 고려 없이는 인간과 관련된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숫자와 데이터는 세계를 정밀하게 그려주지만, 그 세계 안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효율과 생산성을 앞세운 도구적 이성이 인간을 소외시켜 왔다는 지적은 오늘날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데이터를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그 대안을 정량적 관점과 인본주의의 결합에서 찾는다.
숫자를 버리자는 말이 아니라, 숫자가 향해야 할 방향을 이제는 정확히 묻자는 이야기다.
직관과 객관사이
물론 저자는 직관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직관이 얼마나 쉽게 우리를 속이는지 그리고 그 거짓을 자각하는 태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재차 강조한다.
사실 이제는 데이터 없이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시대다.
우리는 숫자를 통해 흐름을 보고, 그 흐름을 통해 내일을 예측하고 결정한다.
사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직관의 힘을 믿는 편이긴 하다.
저자는 숫자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되 그 끝에 사람을 반드시 고려하는 조언으로 책을 맺는다.
직관과 객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던 사실 이건 개인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당신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