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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 광수네 복덕방, 모두의 투자 이야기
이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베스트에 올라온 제목을 보고 한참을 쩨려보고 있었다.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내가 알고 있는 그 '진보'가 맞나 싶어서였다. 혹시 저자가 경북 청송의 진보면을 출신인가 싶기도 했고.
하지만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아 알게 된다. 이 양반 진심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진보는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온 그 정치적·사회적 의미의 진보를 가리킨다.
그러니 조금 더 난감해졌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거리에서 서평을 써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정치 얘기는 좌우지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다행히(?)도 책의 대부분은 비교적 익숙한 투자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주식의 기본 원리, 매수와 매도의 기준, 손실을 관리하는 방법, 장기 투자에 대한 태도까지.
투자서를 몇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크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설명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다.
문제는 '왜 굳이 여기에 진보라는 말을 붙였을까'라는 거다.
저자도 대놓고 밝히듯 그가 원하는 진보는 소위 '돈 벌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그는 돈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말하고, 행동은 책임이며 책임은 희망이라고 말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하면(?) 시장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면 사회가 조금씩 나아진다는 논리다.
솔직히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하나하나 문장을 떼 놓고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도 있다.
다만 마음 한켠에서는 계속해서 삐걱거림이 있는데 사실 지금도 이 어긋남은 해소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온 진보는 공동체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진보는 구조를 이야기하고, 제도를 이야기하고, 불평등이 발생하는 조건 자체를 질문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부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자'는 선언은 러프하게 진보 아젠다와 함께 설 수 없다.
실제로 부자가 된 이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자산과 권력을 사용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던가.(아니 있기는 한가?)
올바른 방향으로의 투자? 그게 뭔지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투자가 불법을 저지르는 게 아닌 이상 올바르고 그른 것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던지고 싶은 핵심은 어쩌면 '진보도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을 이야기하되, 발은 땅에 두라며 루스벨트의 말을 인용한다. "발은 땅에, 눈은 별에."
맞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도 공허하고, 이상 없는 현실 인식도 결국은 관리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한국 내에서 정치적 진보를 자처하는 개인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제안에 가깝다.
물론 이 제안이 충분히 치열한 질문 끝에 도달한 답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맞아떨어지지 않는 논리가 불편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어준을 좋아한다면 추천. 그렇지 않다면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