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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평점 :
나는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상대 쪽에서 날아오는 말과 행동의 화살이 생각보다 크고 단단할 때, 이 마음은 단지 나의 희망 사항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다정함이 만만함으로 오해받는 순간들,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들 앞에서 우리는 종종 좋았던 마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돌아앉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다정함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선택이며, 관계는 우연이 아니라 결과다.
이 책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독자의 등을 떠민다.
1. 다정함은 성격이 아니라 태도
책은 다정함을 좋은 말이나 부드러운 표정 정도로 축소하지 않는다.
다정함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자, 관계의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려는 의지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의 다정함은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내면을 다루는 일에 가깝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날카로워지는 이유, 친밀함이 어떻게 무례로 변하는지를 차분히 짚어가며,
말의 선택과 말투의 결이 관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이럴 때 어떤 태도로 상대를 대하겠느냐고.
2.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를 구분하는 법
나아게 저자는 관계의 알맹이를 묻는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이 대화가 아니라 자기 말만 속사포처럼 내뱉는 사람이다.
화려하고 말 잘하고 사람 많아 보이는 관계의 대부분이 왜 끝내 공허로 남는지, 자기 이야기로만 채워진 대화가 왜 나를 지치게 만드는지,
책은 아주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관계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지만 모두와 깊어질 필요는 없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다정함이 자기희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를 무너뜨리며 유지하는 관계는 다정함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새겨두고 적어두어야 할 문장이다.
3. 다정함이 결국 나를 지키는 방식
이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은 자기 존중으로 귀결된다.
사람을 볼 때 겉모습이 아니라 감정의 질감을 보라는 조언, 만남 이후의 나를 기준으로 관계를 판단하라는 문장은 실천적인 힘을 가진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우리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어떤 관계를 선택할 것인지는 삶의 방향과 닿아 있다.
다정함은 모두에게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는 태도에 가깝다.
이해인은 다정함을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구호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좋은 하루의 반복, 그 하루를 만드는 작은 선택으로 다정함을 놓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다정해지겠다는 다짐보다 먼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온도를 가늠해 보게 된다.
그리고 오늘의 말이 내일의 관계가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조금 덜 상처받고 조금 더 단단해지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은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뜻에 가깝다.
행여 지금 어떤 관계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은 다정함을 다시 정의해 볼 조용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다정한사람이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