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나의 마음 그릇 (스프링) - 매일 나를 채우는 연습
김윤나 지음, 차상미 그림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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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 줄 알았더니 스프링 노트다.

정확히 말하면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루에 한 번 마주하는 탁상 달력이다.(아 날짜는 쓰여있지 않다)


어릴 적 이런 물건들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초에 큰마음 먹고 사서 걸어두지만, 늘 1월 10일쯤에서 시간이 멈춰 버리곤 했다.

좋은 문장도, 성경 말씀도 결국은 펼치지 못한 달력 속에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도 비슷했다.

'이건 과연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


아직 새해가 밝지 않았는데 스르륵 넘겨 보았다. <김윤나의 마음 그릇>은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가만히 묻는다.

오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지, 오늘 작은 친절 하나를 베푼다면 누구에게 하고 싶은지.

대단한 목표도 거창한 다짐도 아니다. 하루의 속도를 아주 조금 늦추는 질문들이다.



하루를 바꾸려 하지 않고, 나를 불러오는 질문들


이 책의 질문들은 삶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중심에 다시 나를 불러온다. 루틴한 하루가 반복되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은 웃으면서 한 번쯤 해볼 법한 질문을 건넨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질문, 사소하지만 그래서 더 다정한 질문들이다.


하루를 잘 살기 위한 정답 대신, 오늘 하루를 나답게 보내기 위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책은 조용한 동반자에 가깝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마음이 헛헛해질까


작가의 말은 이 책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김윤나는 우리가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살고 싶어 하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시선과 역할에 묶여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바쁘게 반응하며 살지만, 정작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은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해답 대신 질문을 한다.

나를 혼내는 질문, 다그치는 질문, 주어가 뒤바뀐 질문이 아니라, 나의 감정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묻는 성찰적 질문.

이 책에 담긴 질문들은 15년간의 상담과 코칭 현장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자기 이해, 가치, 관계, 일, 건강, 행복처럼 우리가 자주 흔들리는 지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답이 없어도 괜찮다는 위로


이 책이 특히 좋은 이유는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의 질문에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마음은 시간을 두고 질문받기를 원하고, 어떤 답이든 격려 받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이 책은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 대신, 나를 기다리는 법을 알려준다.


하루를 놓쳐도 괜찮고, 질문에 답하지 못한 날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이다.

나와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 주는 책이다.



책처럼 생기지 않은 책의 장점


탁상 달력처럼 세워 두고 볼 수 있는 형태다.

책장에 꽂아 두면 잊히기 쉬운 책이지만, 책상 위에 놓이면 하루에 한 번은 시선을 건네게 된다.

매일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 된다.


차상미 작가의 파스텔톤 일러스트도 예쁘다.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을 부드럽게 감싸며, 마음을 조금 내려놓게 만든다.



새해 다짐 대신, 새해 질문을 선물한다면


새해가 다가오면 우리는 늘 다짐을 한다.

더 잘 살아야지, 더 나은 내가 되어야지.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향을 제안한다.

더 잘 살기보다, 다시 나에게 돌아오자고.

나를 채우는 연습을 하루에 하나씩 해보자고.


그래서 이 책은 새해 선물로 참 좋다.

타인에게 주기에도, 나 자신에게 주기에도 부담 없는 다정함이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질문 하나가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새해를 앞두고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작은 질문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혹시 아는가 어떤 질문으로 시작된 2026년의 당신의 하루가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어떤 날이 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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