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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평점 :
도시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조금 기대한 면이 있었는데 막상 책은 도시의 과거보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더 정확히는 도시의 성장 전략, 정책 변화, 산업과 인구가 만들어내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가 예측하게 만드는 도시의 흐름을 다룬 책이다. 사실 이런 쪽으로는 거의 문외한이다 싶은데 김시덕의 <한국도시 2026>은 지금 한국 도시를 흔들고 있는 여러 신호 속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봐야 하는지를 조금은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를 읽는 기본 틀 : 선거·국제정세·인구·교통
책의 1부는 도시를 읽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축을 빠르게 정리한다.
2025 대선과 2026 지방선거 사이에서 쏟아지는 개발 공약, 국제정세와 기후 변화가 만들어내는 외부 압력, 인구와 산업 재편이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 그리고 교통망 구축이라는 현실적 제약.
이 네 축은 도시의 미래를 알아맞히기 위한 예측 도구라기보다는, 뉴스와 공약에 휩쓸리지 않고 도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시선에 가깝다. 선거 공약은 빠르게 소음이 되고, 국제정세는 산업의 무게중심을 계속 바꾸어 가고, 인구와 산업은 도시의 체력을 결정하며, 교통은 도시의 속도를 조정하는 요소다. 책은 이 네 가지 기준을 통해 도시를 해석할 때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를 가볍지만 정확하게 안내한다. 그리고 이 기준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권역들을 소개한다. 그는 특정 지역을 낙관하거나 경계하려기 보다 그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고 보여준다.
대서울권: 강한 축과 약한 축이 드러나는 자리
확장 강남은 여전히 견고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지식 산업 중심의 고밀도 일자리, 인구 유입이 지속되는 구조, 교통망 우선순위가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배치되는 현실 등이 대한민국의 발전은 모두 서울을 가리킨다. 여기에 선거때마다 이슈로 떠오르는 김포·고양의 서울 편입 논란이나 GTX-D 요구가 반복적으로 벽에 부딪히는 이유, 경기 북부와 서해안 개발 테마가 장기적으로 힘을 얻기 어려운 이유 역시 그는 나름의 근거로 설명한다.
동남권: 국제정세와 산업 재편이 만들어낸 새로운 중심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을 가진 부산·울산·경남이 국제정세 변화와 산업 재편 속에서 어떻게 다시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과정을 책은 보여준다. 방위산업과 조선업의 회복, 글로벌 공급망 이동이 이 지역의 장기적 성장성을 뒷받침할 것이고 이 지역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음을 책은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가덕도 신공항 추진처럼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행정적 난관도 존재하지만 도시의 가능성과 한계를 그는 꽤 균형 있게 읽어 내려간다.
중부권: 수도 기능의 이동이 만들어내는 변화
선거때마다 행정수도 관련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세종과 충청권을 다루는 부분은 한국 도시의 힘이 재배치되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KTX 세종역 논의, 행정수도 논쟁, 2차 공공기관 이전처럼 익숙한 이슈들이 사실은 이 지역의 위상을 크게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중부권이 어떤 교차점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산업과 인구 흐름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책은 차분하게 설명한다.
이 밖의 전국 소권 분석
이 밖에 책은 '대구 구미 김천 소권', '동부 내력 소권', '동해안 소권', '전북 서부 소권', '전남 서부 소권', '제주 소권'을 차례로 설명한다.
각 지역마다 당면한 과제와 이슈가 다르지만 결국 지방이라는 이름으로 관통하는 공통 패턴을 보여주고, 지역별로 산업 기반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인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교통망 구축이 실제로 그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속도를 가지는지 등을 알려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는 도시의 패턴과 반짝 테마로 그치는 도시의 패턴을 구별하게 된다.
사실 이런 식으로 지역 설명이 길어지는 책들은 전체가 산만해지곤 하는데 이 책은 같은 기준으로 전국을 읽으며 도시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는 느낌이다.
예측의 책이 아니라 해석의 기준을 주는 책
<한국도시 2026>은 어느 지역이 뜨는지, 어떤 지역이 떨어지는지를 가르쳐 주는 예측서는 아니다. 장기적 신호와 단기적 소음을 구별하고, 공약보다 구조를 먼저 읽는 법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해석의 기준을 독자에게 심어주는 책이다.
사실 지역이라고 하면 역사와 감성을 먼저 떠올리던 내게는 도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야를 열어준 책이었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 도시의 미래를 알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도시 뉴스를 해석하고 싶은 분들께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