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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옳은 방식으로 질문해야 답이 보인다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5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문장보다 내 생각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이 책 <질문의 격>을 읽을 때가 그랬다.
책장을 넘기며 계속 질문하지 못했던 어느 날이 떠올랐고,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해버려 곤란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질문을 찾아라."
그랬다. 어쩌면 내가 하지 못했던, 하고 후회했던 질문은 어쩌면 답을 이미 알고 있거나 유도하는 질문이었다.
사실 그건 이미 답을 정해놓고 던지는, 어쩌면 질문이 아니라 포기와 항의에 가까웠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싶었다. 나와 같은 이들이라면 서평을 접고 책을 먼저 펴드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1. 우리는 왜 질문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책은 질문을 잃어버린 우리의 습관을 짚어낸다. 우리는 태어나서 줄곧 정답을 맞히는 방식만을 배워왔다. 질문은 수업 흐름을 방해했고, 교실은 언제나 조용해야 했다. 답을 잘하는 아이가 똑똑한 아이였고 질문은 버릇없거나 분위기를 깨는 행동으로 취급되었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일을 하면서도 질문보다 좋은 답을 준비하는 데 더 익숙했다. 회의에서 손을 드는 대신 이미 주어진 결론에 맞는 분석을 찾아 맞추는 쪽이 더 자연스러웠다. 이는 나뿐 아니래 후배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요구되었다. 연차가 낮을수록 질문은 버릇없음의 동의어였다. 그러니 사고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되었고 다른 관점은 쉽게 닫혔다.
책은 이렇게 굳어진 사고방식을 부드럽게 흔든다.
질문을 못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배워본 적이 없기에 당연한 거라고.
질문의 첫 재교육이 필요한 건 어쩌면 애어른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다.
2. 질문은 어떻게 사고를 전환시키는가
질문에도 격이 있다.
질문은 단순히 무엇이 답인가를 묻는 행위가 아니라, 어떻게 답에 도달할 것인가를 포함하는 사고의 구조다.
질문 하나에는 우리의 관점, 언어력, 삶의 태도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기획안을 쓰거나 캠페인을 설계할 때 좋은 실행 안보다 먼저 필요한 건 늘 좋은 질문이었다.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좋은 기획은 이러한 질문들이 기획의 흐름을 결정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질문을 습관화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건 질문은 훈련의 영역이라는 것.
생각을 요약하고, 언어를 정밀하게 고르고, 관점을 바꾸어보는 과정 자체가 질문이라는 도구를 단련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어떻게 하면"으로 질문하라고 권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까지 갈 수 있나요?"
질문을 바꾸면 세계가 달라 보이고, 관점이 달라지면 문제의 모양도 달라진다.
3. AI 시대, 질문이 곧 역량이 되는 순간
책 후반부는 지금의 시대와 놀랍도록 맞닿아 있다. 저자는 단언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다.
프롬프트 하나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시대.
적확한 어휘를 고르고, 구체적인 맥락을 설정하고, 목적을 명료하게 제시해야 원하는 답에 도달할 수 있다.
질문력은 단순한 지적 능력이 아니라 사고력, 언어력, 문해력, 판단력의 총합이다.
GPT를 매일 쓰면서도 가끔 "왜 이렇게 답이 모호하지?"라고 생각할 때마다 사실 질문이 모호했던 때가 더 많았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문제는 종종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책은 이 질문의 시대를 정확히 짚어낸다.
AI가 주는 답을 평가하고 보완하는 능력 역시 결국 질문의 품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질문은 이제 생각의 호흡이자 살아가는 언어가 되었다.
우리는 질문하는 대로 답을 찾는다.
능력보다는 질문하는 힘이 중요하다.
뇌 역시 그렇게 반응한다.
_토니 로빈스(작가, 심리학자)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꽤 오래 두고 다시 펼칠 만한 그런 질문의 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