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 이연이 말하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
이연 지음 / 한빛라이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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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책을 덮은 후 한참 동안 그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엇을 써야 할까가 아니라 내가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더 솔직한 일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내미는 고백 같은 것인데 그럼에도 누가 자꾸 본다.

그래서일까. 조회 수가 오를 때마다 댓글이 달릴 때마다 조금씩 쫄리고 그런다.

제목은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한다.

사실 이 제목이 나를 집어 들게 만들었다.



1. 사랑받은 것들은 살아남는다


그 물건도 생명을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생명은 그 물건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사랑을 줬는 가로 결정된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작은 볼펜, 편지 하나도 그렇다. NF 계열의 특징이기도 할진대,

그 물건을 집어 들면 당시의 나의 시간과 마음, 그리고 그 시절의 공기가 되살아 난다.


저자는 말한가 사랑받은 것들은 살아남는다.

사물도, 사람도, 그리고 문장도. 사랑이 깃든 것만이 남는다.

그는 말한다. 창작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라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라니...

내가 사랑하는 책에 대해, 고양이에 대해 그리고 이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게 된 아이에 대해 쓴다는 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어떻게 안 쓸 수 있을까.



2. 재미라는 이름의 불안


진짜 재능은 잘하는데 재미까지 있는 일이다.


저자는 말한다. 재미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저절로 끌리는 일 속에서 피어난다고.

소가 풀 뜯어 먹듯 스스로 하게 되는 일을 찾으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자꾸 손이 가는 일.

생각나면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일.

어떤 게 있나 봤는데 내게는 읽고 쓰는 일이 그랬다.

퇴근 후 피곤해도, 아이가 잠들고 나면 책을 펼치고 몇 줄이라도 써 내려갔다.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으면 불안한 아니 하고 싶은 일.

그건 의무가 아니라 나의 숨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잘하지 못하는데 좋아하기만 해도 괜찮을까.

재미있다고 계속해도 되는 걸까.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 불안은 아마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내는 것. 그것이 창작의 첫 번째 용기다.



3. 두려움 속에서도 사랑으로


세상에 실망 좀 줘도 된다. 원래 다들 민폐를 끼치며 살아간다.


속이 다 시원했다.

우리는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산다.

잘해야 하고, 실망시키면 안 되고,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으로 정작 나를 괴롭히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

조금 엉성해도 괜찮다.

어차피 남들은 내 삶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사랑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삶. 그것이 바로 창작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랑은 완벽보다 오래가고 진심은 기술보다 멀리 간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잘 쓴 문장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문장이니까.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두려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려움은 포기의 신호가 아니라 사랑의 증거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일이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쓰려 한다.

저자의 말처럼 사랑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인간답게 존재하는 방식이니까.

괜히 위로가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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