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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피버 - 긴 겨울 끝, 내 인생의 열병 같은 봄을 만났다
백민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상처 입고 자의반 타의 반으로 시골로 내려온 여주인공(전문직, 여기서는 교사). 그녀는 보통 겁나 예쁘지만 뭔지 모를 어두움을 가지고 있으며, 곧 서울로 돌아가야 하니 잠시 머무는 이 시골마을에 최대한 정을 주지 않으려 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시골 인심은 눈치 없이 온 마을이 하나 되어 그녀에게 모든 정을 준다. 게 중에는 잘생긴 외모와 재력(재력의 여부는 늘 여주인공의 마음이 열리고 나서 밝혀진다!)을 갖춘 시골 총각이 등장하는데 보통 이들은 자기의 사회적 지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팔불출처럼 여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닌다. 그녀는 이 촌스러운 남자를 죽어라 밀어내지만 결국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쌓이며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남주를 받아들인다. 그때 비로소 남주의 재산과 능력과 등등등이 폭발하면서 긁지
않은(사실 이미 긁혀 있지만 여주만 모른) 복권은 온 세상을 가지게 되고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때론 해결해 주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더라는..
회귀물과 더불어 웹소설, 웹툰의 2대 장르인 로코의 내용은 어쩌면 이렇게 뻔하고 뻔하다. 지금 당장 저 스토리 라인을 가진 콘텐츠를 읊자 해도 서너 개는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갯마을 차차차, 동백꽃 필 무렵, 웰컴 투 삼달리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콘텐츠들이 팔리는 이유는 뭘까. 다 모르겠고 일단 재미있다. 다음 얘기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아니 요즘은 예상되는 콘텐츠가 더 팔린다고) 그냥 재미있다.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는 늘 싱그럽고, 여주를 시골로 밀어 넣은 빌런의 최후는 통쾌하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평화로운 바닷가에 나란히 앉은 연인의 실루엣은 보고만 있어도 좋다. 내가 가지지 못한,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들의 대리만족으로 사실 이만한 콘텐츠도 드물다.
장장 712페이지의 책이다. 하드커버가 아니라 벽돌책 느낌은 아니어도 웬만한 벽돌책 저리 가라 할 만큼 두껍고 글자도 작다.
그런데 나는 오늘 이 무거운 걸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읽었다.
재미있다. 퍽퍽한 오늘을 잠시 벗어나 나 도 재규와 봄이 살고 있는 경남 어느 시골마을로 잠시 여행 온 기분이었고, 몽글몽글한 감정의 흐름은 이미 닳을 대로 닳아버린 마음을 가만히 안아준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퍽이나 많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유의 책 읽기가 제일 즐겁다. 재미있고 위로가 되는.
싱그러운 소설을 좋아한다면, 읽을거리를 찾고 있다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고 싶다면(공부하는 거 말고) 추천.
*내년에 tvn 드라마로 방영 확정이라고 하고 안보현, 이주빈, 차서원, 조준영, 이재인, 배정남이 나온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