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 23개 질문으로 읽는 검찰 상식과 개혁의 길
박용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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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 상식이 우리 사회의 필수 교양이 되었나'


책의 들어가는 말의 제목이다.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이 부분이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우리는 검찰이라는 단어를 매일 뉴스에서 듣고 심지어 어떤 검찰의 이름들까지 기억하며 살고 있는 걸까. 검경분리, 검찰개혁 같은 화두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우리 같이 검찰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에게까지 ‘필수 교양’이 되어버린 이 상황 자체가 왜 말이 되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라가 잘 돌아간다면 나랏님이 누군지도 모른다는데 그 아래 검찰까지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 영화 속에서나 보던 검찰이 정치와 경제를 넘어 일상의 대화까지 지배해버린 오늘이 좀 씁쓸하다.


"검사는 모순적 존재입니다. 한편으로 국가 형벌권의 담지자로서 범죄의 처벌을 책임집니다. 다른 한편으로 범죄 수사에서 인권이 보장되도록 감시하고 피의자의 혐의를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할 책임을 집니다."


책의 말미의 이 문장은 검찰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는다. 뜨거운 정의와 차가운 이성이 공존해야 하는 자리. 중요하지만 어려운 자리. 이 균형이 깨어질 때 이들은 권력집단으로 변했고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졌다. 우리 검찰은 과연 이 균형을 지켜왔을까.


책은 이 질문을 한국 내부에서만 묻지 않는다. 1부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검찰 제도를 소개하며 우리가 놓친 시선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검사 선거 제도, 독일 검사의 객관 의무, 일본 검찰심사회 같은 장치는 낯설지만 흥미롭다. 검찰이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또 어떻게 견제 받아야 하는지를 각국의 시행착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룬 2부는 불편하고 아프다. 내란 사태, 정치적 기소, 검사 동일체 원칙, 불체포 특권…. 소위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의의 이름으로 칼을 휘두르면서도 동시에 정치와 권력의 도구가 되어온 부끄러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깊어진다.


하지만 책은 절망만을 남기지 않는다. 3부에서 다루는 세계 각국의 개혁 사례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아직도 못하고 있는가?’라는 뼈아픈 질문. 진보적 검사 운동, 대배심 제도, 영장 청구권의 분산, 검사 징계 장치….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최소한 ‘검찰을 검찰답게 만드는 장치-오늘 검찰을 다시 국민의 존중을 받을 자리로 돌려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검찰개혁은 특정 진영의 구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 모두의 과제라는 것.

만약 지금 이 사회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을 넘어 제도가 품은 모순과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가 언젠가는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검찰로 나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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