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형 팀장 - 내 일도 하고, 팀도 챙기고, 성과도 내야 하는 슈퍼 울트라
임희걸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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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묵은 질문, 그리고 이제는 진짜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좋은 팀장이란 무엇일까?'

꽤 여러 명의 팀장을 만나며 부딪히는 문제였다.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팀장일까, 아니면 실무에 능한 사람이 좋은 팀장일까. 예전에는 흔히 말하는 에이스가 팀장이 되곤 했다. 그리고 꽤 많은 경우 그 팀이 잘 안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했다. 혼자 일을 잘하는 것과 함께 일하는 건 다르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실리콘밸리의 매니저의 역할을 하는 팀장이 유행하기도 했다. 팀원과 팀 전체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장의 역할을 실무가 아닌 매니저의 수준에 두는 것.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직책을 따로 둘 여유가 있는 회사도, 또 개발자 중심의 분절된 업무가 대부분인 실리콘 밸리의 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와 너무도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지금도 이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결국 실무와 관리의 경계를 동시에 넘나드는 팀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일도 잘하고, 팀원 케어도 잘하는 사람. 어쩌면 팀장 같은 거 안 하겠다는 어떤 시대의 흐름은 너무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그 팀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팀장은 관리와 통제가 중심이었다. 보고를 받고, 일을 배분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협업을 조정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팀장은 소위 ‘센스 메이킹(sense-making)’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상황을 통찰하고 빠르게 전략을 제시하는 리더십. 팀장이라는 자리의 정의는 분명히 달라지긴 했다.

팀장은 ‘팀원이 성과를 내도록 돕는 사람’애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실무에서 얻은 통찰로 전략을 세우는 사람. 책은 이를 위해 팀장이 실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무를 통해 본질을 꿰뚫는 눈을 길러야 하고 그래야만 조직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결국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어느 정도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연공서열로 팀장을 세우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더라도 언제든 팀원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유 업무가 없는 관리형 팀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무로 복귀하기 어려워진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점점 뒤처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실무를 놓지 않은 리더는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고 위기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해법을 제시한다. 그런 사람 곁에서는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라간다.


물론 책이 말하는 지금의 팀장의 현실은 고단하다. 정시에 퇴근해버리는 직원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야근과 주말 근무를 도맡아 하고 때론 팀원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도 한다. 상사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동시에 팀원들을 보호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조직의 전략까지 짜야 하니 버티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낀 세대인 X세대의 고민과도 어느 정도 결을 같이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나는 팀장이라 불리는 자리에 설 준비가 되어 있을까. 관리만이 아니라 실무와 전략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까. 팀원들을 지치지 않게 이끌어 가면서도 스스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조금 보였다.

책은 꽤 많은 팀장의 팁들을 제시하지만 적어두고 써먹어야겠다는 팀장의 능력이 있었다. 책은 이를 ‘팀장의 콘텐츠’라고 부른다.


첫째, 일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흐름을 조망하고 핵심을 읽어내는 능력.

둘째, 일을 구조화하는 능력 : 그 흐름을 일정한 기준으로 체계화하고 의미 있게 정리하는 능력.

셋째, 표현하는 능력 : 내 안의 암묵지를 팀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능력.


언젠가 팀장이라는 자리에 가게 될 때 안 잊어먹게 잘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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