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사유의 힘 - 더 나은 삶보다 나다운 삶을 위한 인생문답
임재성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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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내가 바라는 삶,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그것은 진짜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부러움을 나의 목표로 착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펼치자마자 마주한 몽테뉴의 문장은 오래 묵혀둔 질문처럼 내 마음을 흔들었다.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오래도록 붙잡아둔 불안을 찌른 듯했다. SNS를 시작하며 나는 언제부턴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남들이 보았을 때 좋아 보이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그저 박수 치는 대로 따라 살아왔던 건 아닐까.


2. 육아를 전업으로 시작하며 감정 조절이 내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일임을 배웠다.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말하고, 나는 듣기만 해야 한다. 사유? 울고 보채기만 하는 아이 앞에서 나는 어떤 사유를 할 수 있을까. 육아라는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직하다. 아이는 화나면 화난다고 울고, 싫으면 싫다고 징징거린다. 그 앞에서 부모는 흔히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억누르거나 맞받아치거나. 그러나 어느 쪽이든 결국 더 큰 후회로 돌아온다.


3. "진짜 감정 조절은 억제가 아니라 알아차림에서 시작된다" 몽테뉴의 이야기는 이런 나를 잡아 세운다.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왜 그 감정이 생겼는지를 돌아보는 일.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성찰의 과정이 곧 감정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 흔들리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뭐랄까 나는 조금 덜 불안해졌다. 억누르지 않고 화를 내지 않고 잠시 멈춰서 나를 바라보는 그 한 호흡. 몽테뉴가 강조했던 자기 관찰의 힘은 이렇게 일상의 작은 틈에서 빛을 발했다.


4. 몽테뉴는 슬픔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타래가 쌓여 <에세>가 되었다. 견딘다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대목은 하루를 마치고 짧은 기록을 남기는 나의 습관과 겹쳤다. 글은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나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몽테뉴가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지탱했던 것처럼 나 역시 매일 작은 글쓰기로 나를 다잡는다.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있다.


5. 나가아 그의 사유는 죽음에까지 닿는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죽음을 두려움의 끝으로 외면하는 대신 삶을 더 분명하게 붙잡는 계기로 삼는 것. 결국 죽음을 성찰하는 일은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되돌려주는 과정이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나날 속에서도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을 더 단단히 살아간다'는 이 역설적인 메시지는 꽤 여운이 길다.


6. 책은 짧은 글과 오늘의 사유로 구성되어 있다. 글도 좋지만 뒤에 붙은 작은 질문들이 나의 상황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이게 했다. 하나씩 나를 톱아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아이 앞에서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가? 답은 쉽게 오지 않았지만 질문을 품고 사는 일, 그 자체가 사유의 시작임을 느꼈다.


7. <몽테뉴 사유의 힘>은 단순히 철학자의 오래된 글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삶 속에서 감정과 욕망, 슬픔과 죽음을 마주하는 나의 일기장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나처럼 육아로 지쳐 있든, 관계에서 갈등하든, 혹은 스스로의 욕망에 길을 잃었든, 이 책은 우리에게 멈추어 서서 묻는다. "그것은 정말 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책장을 덮고 난 뒤, 나는 조금 덜 초조해졌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욕망을 다시 들여다보며, 죽음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는 것. 그렇게 매 순간 나를 잃지 않고 살아내는 것. 잘 산다는 건 결국 이 하루가 쌓이는 일이고 깊어진다는 건 이 하루가 모여 삶이 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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