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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감정을 다스리는 삶을 위한 안내서 - 매일을 버텨내고 있는 당신에게 필요한
겐카 도루 지음, 박은주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6월
평점 :
‘위태로운 감정을 다스리는 삶을 위한 안내서’
책 제목이 좀 길다 싶었는데 첫 장을 펼치자마자 철학책이다! 싶었다.(이래 봬도 철학과 출신)
학부 시절 내내 이런 책들을 읽으며 지낸 탓에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도 이제는 어딘가 익숙하지만 잊고 지낸 지 오래였는데 반가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았다. 문장 사이마다 스며든 철학 이야기가 반가웠고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방식도 낯설지 않았다.(사실 도파민이 샘솟았다)
이 책은 실제 철학 수업에서 다뤄졌던 15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정말 수업을 듣듯 읽게 된다. 각 장마다 감정에 관한 크고 작 질문들이 있고 저자는 이들 하나씩 들고 와 차근차근 풀어준다. 감정은 신체의 활동에서 비롯되는가, 사고에서 오는가. 내 감정은 옳고 그름이 있을까. 동물은 감정이 있을까. 그럼 로봇은 어떤가?(AI 시대에 이 질문은 꽤 중요해졌다) 나아가 도덕이나 환경은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사람들은 왜 공포를 좋아하는가? 또 어떤 사람들은 허구나 유머를 추구하거나 싫어하는가까지. 감정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을 따라가며 사유하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질문에 질문이 겹쳐진다. 감정이란 내가 가진 가장 개인적인 것이고, 타인과는 나눌 수 없는 고유한 것이라 여겨왔는데 책은 그 감정조차도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배경 기술적 환경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조용히 짚어낸다.
내가 내 감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감정이 나를 구성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감정이나 사고를 한 번 정도 짚어 봐야 한다.
분노와 혐오가 너무 쉽게 퍼지는 시대다. 이 시대에 내가 어떤 감정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지는 꼭 한번 되짚어 볼 법한 작업이다. 감정을 이해한다는 건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살아가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니까. 여느 철학 책이 그렇듯 책은 우리에게 답을 던져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유의 끝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이러한 생각도 있다는 걸 들려준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우리가 꼭 한번은 들어야 할 이야기다.
언젠가는 독서모임의 호스트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딱 어울리는 책이다. 마케팅이나 돈 얘기도 중요하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도 매주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는 대화가 오가는 저녁이라면 꽤 괜찮은 삶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