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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대로 산다는 착각
변진서 지음 / 뜰book / 2025년 4월
평점 :
그 순간, 저는 우리가 자주 감정의 근원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데, 그 복잡함 때문에 우리 스스로조차 왜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반응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때때로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반응이 나 타날 때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p.203)
때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의 감정 앞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들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불편해졌고 이유 없이 서운했고 때론 과도하게 방어적으로 굴었던 장면들. 그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은 채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어떤 이는 어릴 적 경험에서 남은 쓴 뿌리 같은 거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인생을 함부로 헤집어 놓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감정에 대한 해석을 포기하고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지 뭐.
<내 생각대로 산다는 착각>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그렇기 때문이 이 책은 단순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우리 안의 무의식, 더 정확히 말하면 부처가 말한 '삼스카라'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무의식적인 감정 패턴'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들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삼스카라. 반복되고 쌓인 경험과 기억의 흔적.
그것은 나도 모르게 어떤 감정에 취약하게 만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며, 원하는 삶과 실제 행동 사이에 균열을 만든다. 저자는 그런 내면의 장애물들을 '알아차리는 일'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좋았던 점은 철학과 수행, 명상이라는 어쩌면 꽤 무거운 단어를 그렇게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저자의 문장은 고요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실은 잘 몰랐지만 부처의 가르침이었던 삶의 지혜들이 실천 가능한 조언으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의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삶은 그 감정들로 인해 무너지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정말 내가 원해서 이렇게 반응하는가.
혹은 익숙한 패턴 속에 갇힌 채 자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 저자는 말한다. 이타심이나 긍정, 평온한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조금씩 길러지는 태도라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꽤 오래된 생각인데 그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책은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내 안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 삶의 핸들을 조금 더 깊이 잡고 싶은 사람에게. 감정이 흔들리는 날 나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조금 더 깊어지길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자기 계발서라기보다는 하나의 길잡이다. 마음의 결을 따라 나를 돌아보는 아주 사적인 시간.
이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삶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