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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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기주 작가의 전작이 시큰둥한 편이었다. 전작 <말의 품격>, <언어의 온도>, <글의 품격> 모두 문장은 참 예쁘지만 그것이 과해 사족이 길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후 한동안 그의 책에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있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그의 책 제목을 보았다. 물론 신간이라 눈에 띄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 더 컸겠지만 <보편의 단어>라니. 보통의 존재, 일상의 언어.. 왜인지는 모르지만 뭐 이런 평범한 단어에는 괜히 눈이 한번 더 가곤 한다. 하여튼.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 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전자잭p.12)


책을 집어 들어 읽던 중 책 첫머리에 있었던 이 문장이 이 책을 끝까지 붙들게 만들었다. 집중하게 만들었고 한 단어 한 단어 곱씹다가 끝내는 왜 내가 이기주 작가에 대한 그런 오해를 했을까 반성하게 만들었다. 맞다. 이 책 참 괜찮았다.


책은 우리 주변에 널린 평범한 단어들에 대한 작가의 해설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섬세하며 강직하다. 보편의 단어 속에 숨은 이야기를 그는 그렇게 세심하게 또 명징하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SNS, 관계, 편견, 비판 등 개인적으로도 고민하고 생각하던 주제들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질 때도 있고 또 어떤 단어에 대한 글에는 댓글을 달며 이 단어를 가지고 한번 제대로 이야기 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언젠가 노희영 씨의 책에 대해 꽤 안 좋게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는 인생 책이라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랬고, 뉴스와 각종 가십에서 보이는 그의 언행 또한 그를 나쁜 사람이라 여기게 했다. 사실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이에게 이런 편견을 갖는 것 자체가 안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이니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조금 더 나이브했었나 보다.

꽤 악평을 심하게 남겼었는데 놀랍게도 파란 딱지를 단 노희영 님 본인이 직접 댓글을 남겨주셨다. '고견 감사합니다 이모티콘 하트하트' 한 번에 끝난 의례적인 댓글이 아니라 몇 개를 내려가며 짧은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본인은 자신의 모든 댓글과 서평을 직접 보신다고. 그리고 이런 이견들이 발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고. 꽤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이전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자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는데 눈에 마주하지 않는 이라 하여 너무 쉽게 얘기해 버렸다.

이후로 어떤 글이던 함부로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려 한다. 나 말고도 이미 그런 이들은 넘쳐나니까. 책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다 더해 저자는 이 편견을 '심리적 지름길'이라 부르며 주의하라 말한다. 빨리 판단하고 상황을 쉽게 확정 짓는 것만도 문제인데 이 편견의 길로 한번 접어들면 타성에 젖는 경우가 많아 더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크게 밑줄을 그었다.


불친절하긴 쉽지만 친절하긴 어렵다. 게으르긴 쉽지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긴 어렵다. 더러운 걸 발견하고 욕 하긴 쉽지만 묵묵히 그 자리를 청소하긴 어렵다. 그런데 세상은 이 어려운 일에 자신을 맡기는 이들에 의해 움직인다. 우리 모두는 이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는 보편의 모습으로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떠한가? 어떤 단어들이 당신을 규정하고 있는가?

괜히 나의 오늘을 되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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