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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그러진 만화 2 - 망그러진 곰과 햄터의 데굴데굴 유쾌한 날들! ㅣ 망그러진 만화 2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12월
평점 :
재작년이었나. <망그러진 만화>의 리뷰를 제안 받고는 무슨 글을 써야 하나 책장을 넘기다 내가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귀여운 아이도 있구나. 누가 뭐라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그렇게 세게 넘어져도, 잠깐은 으앙 거리다가 다시 일어나 툭툭 털어버리는. 그리고 가던 길을 뚜벅뚜벅 마저 걸어가는, 걷다 신나서 깡충깡충 뛰어가는 아이도 있구나. 이 아이 진짜. 너무너무 사랑스럽구나.
망글곰은 그렇게 온 몸으로 내게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귀여우면 된다. 잘하지 못해도 따뜻하면 괜찮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채로 그냥저냥 살아간다. 괜찮다. 네가 어떤 하루를 보냈듯 우리에게는 떡볶이와 맥주 그리고 사랑하는 고양이(독서 의자에 앉아 있으면 꼭 내 고양이는 무릎 위에 오른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그 고롱고롱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읽는 책이란!)가 있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망글 곰의 두 번째 이야기는 주로 단편으로 이루어졌던 1편보다는 조금 더 호흡이 길다. 1편이 주로 '피식'위주의 웃음이었다면, 2편은 조금 더 생각할 거리를 남겨둔다. 물론 피식거리는 지점은 비슷하다.
1) 기껏 영화관에 보내놨더니 극장에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 영화를 보다 그만 잠들어버린 망글곰. '영화는 재밌었어?'라는 엄마의 물음에 '잠들었어'로 대답하는 귀여움이란!
2) 미용실에서 망한 망글곰의 머리에 복수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같은 머리를 하고 돌아 나오는 햄터 그리고 서로의 머리를 보며 웃어버리고 마는 두 귀여운 생물들.
3) 이른 아침 잠을 깨우는 공사 소리에 창문을 버럭 열고 '이봐요!'라고 외치지만 이내 '빵집이 생기네. 기대된다..'로 마무리되는 망글곰의 아침.
30분이면 충분한 만화책인데, 꽤 여운이 길고 마음이 촉촉해진다. 역시 귀여운 게 짱이고, 귀여움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귀여움은 어떤 일도 아침에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고, 툭툭 털어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