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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윤석열 정부 600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차별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으로 시작한 이 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이 땅의 정치의 참담한 실패입니다. 그것은 단지 차별 금지법을 못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불평등과 부정의로부터 변화시킬 능력이 지금의 정치에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더 이상 국회 앞에 밥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찾아올 정치가 부재함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_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 40일간 곡기를 끊었던 인권활동가 미류 씨가 단식 농성 중단 기자 회견 중에서
(p.12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의 일부이자 지금은 인터넷 밈으로 더 많이 통용되는 말이다. 실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의 영향이 크긴 했으나 우리는 진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동산 시장을 보았고, 이건 곧 문정부와 180도 다른 정권을 탄생시켰다.
많은 이들이 역대 최악의 정권으로 MB정권을 꼽는다. 물론 미처 임기를 마치지 못한 그 다음 정부가 더 최악이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슬프게도 그 정부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가 거리도 되지 않는 듯 했다. 여하튼 이해 관계자들의 이합집산으로 가득 찼던 그들만의 나라. 사실 그들 뿐 아니라 모두가 돈을 위해 달리던 그 최악의 5년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후의 식물 대통령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역설하며 기대를 받던 대통령도 큰 성과 없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MB정부와 가장 닮은 정권을 목도하는 중이다.
검사들의 나라. 사실 이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검사든 군인이든 그들이 정치를 잘한다면야, 그들의 말마따나 능력이 있다면야 그것이 검사든 뭐든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건,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과 한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당하는 이들이다. 그 지엄하던 군사정부 시절도 야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 대통령이든 그에 준하는 이가 나와서 '왜 그러느냐' 물어보는 게 상대에 대한 예우이자 '정치'였는데, 야당 대표가 20일이 넘도록 금식하는데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경우는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바이든이 날리면', '수해라고 대통령이 퇴근하지 마란 말이냐', '출퇴근길 (반포대교를 통제할 수 있지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 '잼버리 사태(그 당시만 시끌하고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등등 누가 봐도 민망한 실책 앞에서 언제나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어야 하는가.
<뉴스하이킥> 신장식 변호사의 칼럼을 모아놓은 책은 그래서 아프다.
좋다. 다 차치하고서 우리는 어쩌면 지금 역대 최악의 경제난을 맞이하고 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괴담이 되어버렸고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을 역대 최악의 수치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 때는 이것만 끝나면 괜찮아 질 줄 알았다. 끝이 보이는 어려움은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실패한 자리, 찾아올 정치가 부재한 자리에 희망은 없다. 부탁하건대 부디 그가 정치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