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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평점 :
1. 내 주위에도, 아마도 당신 주위에도 어쩌면 '프로불편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어떤 상황을 불편해하며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제발 좀 대충 넘어가자'는 주변의 읍소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일견 답답한 상황 같아 보이나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아마 당신도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사람인데, 안그런척 하고 살아가느라 곪아 터진 상처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인정하자.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평균, 대충을 찾는다는 것만큼 무의미하고 어쩌면 폭력적인 짓은 없다.
2. 책은 이러한 세상의 모든 예민러들을 위한 책이다. 뇌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자신이 만난 모든 예민러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들의 예민함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며, 이것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소히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예민하게 굴기 보단 무던히 살아간다고 믿었었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차마 참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그 상황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저 외면했음을, 그렇게 가꿈 울컥거리는 내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아팠고 어떤 부분에서는 많이 슬펐다. 그런데 그렇게 내 상처들을 마주하며 저자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다. 나도 괜찮아 질 수 있겠다. 나 조금 더 나아갈 수도 있겠다.
3. 불안, 우울, 트라우마, 분노를 주제로 저자는 정말 소소한 일상의 예민함을 들려준다. 이를테면 성질 급한 상사만 보면 마음이 쪼그라드는 직원의 이야기라든지, 늘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했던 사람의 우울에 관한 이야기, 20대가 되어 발견한 자폐 스펙트럼 이야기, 자신을 지나치게 비난하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한 명 정도는 있을 법한, 아니 내게 있을 법한 사례를 들며 그들이 어쩌다 그런 불안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고 또 해결했는지 들려준다. 모든 사례가 내 이야기이진 않겠지만 꽤 두꺼운 책 속 몇 가지 에피소드는 아마 당신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내 곁의 힘들어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4. 꽤 공감 가는 예민함의 이야기의 마지막에 저자는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에너지로 치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나만의 좋은 자동적 사고, 안전 기지, 좋은 생활리듬, 새로운 방어기제 등 우리가 굳이 전문가를 찾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행동(체계적 둔감화, 긴장이 완 훈련, 좋은 생활 습관 만들기 등)들을 몇 가지 들려주는데 그저 읽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부록을 통해 구체적 적용법들을 일러준다. 이런 소소한 팁들도 좋다.
5. 불편한 것들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편이라면, 그리고 이러한 일로 누군가로부터 부당한 아픔을 겪었다면 한 번쯤 함께 읽어볼법한 책.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