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상처든, 모든 것은 삶으로

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나의 몸이 나의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명제. 여기에 누가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는가? 누가 나의 몸을 함부로 규정하고 재단하는가?

인터뷰어의 문제의식은 꽤 적확하다. 그는 타투를 기꺼이 자기 몸에 새긴 10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다. 그들의 타투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달랐다. 자신을 찾기 위해, 상처를 가리기 위해, 반대로 기억하기 위해, 그런 가하며 누군가는 타투에 새긴 의미들이 조금씩 덜어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적으로 타투를 상처에 관한 이야기로 치환한다. 시인, 래퍼, 배우, 작가, 무당, 상담가 등 그들의 직업은 다양했지만 그들은 모두 타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것은 꽤 깊은, 삶에서 지우고 싶지 않은 어쩌면 지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타투 자체가 자신이든 타인이든 의지적으로 몸에 상처를 내고 잉크를 주입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저자의 이야기처럼 삶의 모습과 꽤 많이 닮았다. 새기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고, 한번 새기면 쉽게 지우기 힘들고, 어떻게 지우더라도 그 흔적은 여전히 몸에 남는다.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의지적으로 결정했건 그것이 타투이건 상처 건 한번 새기고 나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벌어진 일은 그저 수용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것인가,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주입받을 것인가의 문제만이 남는다.

'가장 밝은 검정으로'라는 제목처럼 책은 밝음과 검정의 조화를 제법 잘 이루어냈다. 아마추어 사진가로 그의 사진도 글처럼 참 좋았다. 그의 사진은 피사체들에게 피사체다움을 불어넣는다. 인터뷰이들은 그의 사진 속에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냈다. 그것이 타투든, 상처든 아니면 그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선 자기 자신이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또한 이어서 나오는 타투이스트들의 라이선스 논쟁 또한 가까운 시간에 해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