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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보다 끊기 - 성장보다 성숙이 필요한 당신에게
유영만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6월
평점 :
1. 책은 팩트 폭행으로 시작한다. 직장인이라면 '때려치고 00나 할까'가 치킨집에서 유튜브로 바뀌었을 뿐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 한 장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가끔 곱게 품은 그것을 실제로 던지는 이들이 있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또 그들이 '나가줘서 고맙다'는 사람과 '그러지 말지'라고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 사람으로 나뉘기도 한다. 여하튼 저자는 회사를 때려치고 치킨집을 개업하거나 또 다른 활로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 대한 모노 드라마로 책을 연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야 회사 열심히 다녀. 그 안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야' 맞다. 미생의 오 부장의 대사다.
2. 끈기보다 끊기라는 제목이 일단 눈이 간다. 옳다. 버티는 것보다 끊어내는 것이 시대 정신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인내를 가지고 버티는 것을 '옳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사실 권위가 해체되면서부터 시작되는 각자도생의 사회와도 맞닿아 있는데 어릴 적 곧 죽어도 학교에서 죽어야 한다며 버틸 것을 요구받았던 나의 어린 시절과, 선생님의 말을 듣지 말고 네가 판단해서 아프면 병원으로 가라는 가르침의 차이에서부터 이 변화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사람들은 이제 참지 않는다. 과감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을 손절하며 자신을 지켜 나간다.
3. 저자는 '직'보다 '업'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말한다. 그랬다. 예전에는 회사원 같은 00원들의 시대였다. 모두가 소속된 회사를 중심으로 생각했고 소속 회사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이해하고 살았다. 회사는 식구이기에 이직은 곧 배신이었다. 회사가 필요하면 인사팀, 생산팀, 영업팀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러다 회장님의 눈에 들면 임원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평생을 OO 맨이었음이 영광이요 면류관이던 시대였다.
이제 이러한 회사부일체를 말하자면 사람들은 웃는다.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라 소개한다. 회사는 내 커리어의 지나가는 순간이지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던 시대는 끝났다.
세대가 바뀌며 회사의 선택도 유연해졌다. 식구에서 전문가들의 연합체로 팀은 바뀌었고 수직적이던 구조는 계속 수평적으로 바뀌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에 살며 끈기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고, 이제 이들을 끊어내려는 이들이 있다. 이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4. 끈기와 끊기 사이. 모든 것을 참거나 모든 것을 끊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적당히'라는 마법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끈기와 끊기 중 적당한 어느 위치.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자는 그 위치를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일러준다. 또 끊기가 단순히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경로 변경임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삶을 붙잡고 있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사실 그렇다. 어떤 밤을 지나고 있던 간에 반드시 아침은 온다. 그리고 그 아침을 버티며 패잔병의 모습으로 맞을지, 또 다른 모습의 아침으로 만들어갈지는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오늘의 삶이 어렵고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가볍게 읽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