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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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이 있다. 일도 바쁜데 바쁘다 보니 여기저기 오해도 쌓여간다. 하기 싫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 한다. 퇴근 전후의 삶을 칼같이 구별해 내는 이들도 있다지만 천성이 그렇게 잘라낼 수 있는 성격이 못된다. 일과 중 들었던 싫은 이야기를 이불 속까지 가지고 가고, 내가 오늘 내뱉지 못한 말을 밤새 삼키며 분해한다. 나는 1-2월이 그렇다. 맞다. 지금 나 굉장히 힘들다.


버릇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책을 집어 들곤 한다. 눈에 들어오든 그렇지 않든 그냥 읽고 보는 편인데, 올해는 읽는 것보다 쓰는 걸 더 많이 하기로 작정한 해라, 읽을 시간에 뭐라도 쓰려고 하는 부담이 있어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해도 한겨레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하니포터>에 합격했고, 그 첫 책이 오늘 도착했다. 대강 비닐을 뜯고 소파에 최대한 몸을 밀착시키고 책을 펼쳤다. 


오로라. 


글보다 사진이 더 많다.(이런 책은 부담이 덜하다) 언젠가 한 번은 내 눈으로 봐야지라고 늘 다짐만 하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오로라는 정말 오랜만에  한 장 한 장 마치 장인의 손길처럼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까만 밤하늘과 지평선 그리고 오로라. 

그곳에는 오늘 전화로 고래고래 싸웠던 이도 없고, 죄송하다고 말하던 나도 없고, 능글맞게 자신의 입장만 따박따박 이야기하던 그도 없었다. 그저 대자연이 하늘에 풀어놓은 녹색 물감, 달빛 아래 춤추는 오로라만 있었다. 꽤 넋을 놓고 한참을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 오로라를.


모든 걸 잊게 만들어준 이 책은 천체사진가가 들려주는 오로라의 모든 것이다. 오로라는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한 이론적 배경부터 어디를 가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 또 지역과 계절에 따라 어떤 오로라가 나타나는지 심지어 어떤 오로라 여행상품이 있으며 방한복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소소하게 나라별로 오로라 스팟 인근에 어떤 식당과 관광지가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TMI는 고맙기까지 한데, 뭐랄까 이런 넘어가도 될법한 소소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왠지 나 지금 오로라 보러 캐나다 혹은 노르웨이에 여행 와있는 느낌도 든다.(이거 매우 중요하다)


책의 후반부는 오로라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카메라 세팅 값 심지어 오로라를 배경으로 인증샷 찍을 때 유의할 점도 일러주는데 새삼 와 세상에 이런 TMI로 가득한 책이라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데 오늘 있었던 나쁜 일들이 꽤 많이 사라졌다. 언젠가는 꼭 한번 오로라를 보러 가야지 생각했는데 괜스레 캐나다 가는 비행기 표도 검색해 보았다. 예전에 저장해 놓은 꽃보다 청춘 오로라 편도 다시 봐야지.

잠깐이나마 삶에서 벗어나 오로라 구경 실컷 했다. 설레기도 했다. 내일의 나는 왠지 오늘의 나보다 조금은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 오로라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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