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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정희원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월
평점 :
마라톤 6년차에 접어들었다. 나이키 러닝 앱의 올해 목표는 누적 2,500km 달성, 퍼플 등급에 진입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뛰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안 죽으려고 운동해'라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 상대는 피식 웃고 말지만 나 꽤 진지하다. 진짜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이렇게 살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었다. 어릴 적부터 운동 따위는 없는 몸이라 체육시간을 과감히 스킵하고 살았고, 그러다 보니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온 몸이 아팠다. 지난해부터는 오십견이 들이닥쳐서 팔자에도 없는 도수치료를 몇 개월간 받기도 했다.(여전히 아프다.)
아프다 보니 늙는 것 같았다. 움직일 때마다 허리가 아프고, 비가 오면 뼈마디가 쑤신다는 말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큰 짐이라도 들어온 날은 정말이지 앓아누웠다. 그 기간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운동이라도 하면 좀 나을까 싶어 헬스장 6개월 등록하고 쉬지 않고 새벽마다 가서 뭐라도 했다. 정말 못했는 날은 가서 30분씩 걷기라도 했다. 체력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고, 나도 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일 년 정도 본격적으로 러닝을 한 후(가까운 거리는 거의 뛰어다녔다) 생애 첫 마라톤 대회에 등록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노화를 늦추는 방안으로 제시하는 첫 번째 이동성이다.
저자인 서울대 노년내과 전문의의 진단은 정확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모두가 편한 것을 찾게 되면서 우리는 보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스마트폰만 쥐고 있으면 침대 위에서 손가락만으로 TV를 켜고, 청소기를 돌리고,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몸을 편하게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인간은 급속한 노화를 가져왔다. 여기에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기대수명을 한껏 늘려놓았다.
종합하자면 우리는 빨리 늙고 오래 산다. 노인으로 살아갈 날이 청년으로 사는 날보다 길다는 이야기고 이 사회구성원의 노령화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 사회문제까지 가기 전에 한껏 늙은 내가 노화 관리가 잘 된 동년배를 마주할라치면 어딘가 꽤 서글플 것만 같다.
옳다. 늙음은 관리되어야 하고 이 작업은 3-40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이 늙음을 관리하는 법으로 이동성(운동), 마음건강, 건강과 질병(다이어트, 병원, 약 등), 덜어내기(나에게 중요한 것만 신경 쓰기) 4가지를 제시한다. 일견 이미 알고 있는 내용 같기도 하지만 전문가가 제시하는 각각의 영역의 실행 방법은 알아두면 꽤 도움이 될 법한 내용이 많다.
저자는 이 늙음을 관리하기에 지금이 가장 빠를 때라고 권면한다. 글쎄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나이가 어떤지, 늙음을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의 이야기 혹 남의 이야기라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은 도둑같이 올 것이고 그것을 준비하기에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라는 권면을 가벼이 넘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고령화는 이미 큰 이슈이고 관련 산업들이 계속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관련 산업의 종사자라면 또 다른 의미로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