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그단스크 - 낯설지만 빛나는 도시에서
고건수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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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류블랴나, 폴란드 그단스크, 네덜란드 할베르쉼, 라트비아 리가, 크로아티아 리예카, 프링스 릴-메트로폴. 


얼핏 들어본 듯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다. 책에 그려진 도시의 풍경도 그러하다. 붉은 벽돌과 돌길이 예쁘게 어우러진 풍경은 어딘가에서 본 듯하지만 아마 실제로는 처음 보는 풍경인 독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지긋한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네덜란드로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5개 국을 다닌 적이 있다. 여행하며 알게 된 사실은 누군가의 블로그에 기록된 유명한 공간들 보다 그 뒷골목에서 아이들 뛰노는 모습과 경유하기 위해 잠깐 내린 어느 골목이 더 아름답다는 것이었고, 아직도 유로를 받지 않는 작은 가게의 크루아상이 더 맛있었다는 점이다. 그랬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난 그 아이들과 골목 그리고 아무렇게나 종이에 싸여있던 그 크루아상이 떠올랐다. 설렜다. 그리고 이 기대는 꽤나 적중했다. 도시 이름마저 사랑스럽지 않은가. 그단스크라니!


저자는 건축가의 눈으로 유럽의 7개 도시를 재구성하며 꽤나 촘촘하게 그 걸음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남은 도시, 슬로베니아의 가우디인 요제 플레츠니크의 작품이 가득한 도시, 한때 번성했으나 이제는 기울어버린 하지만 버려진 공간에서 새로 시작하는 이들의 창의성이 다시 희망으로 바뀌어 가는 도시 등 역사와 미래를 아우르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도시와 건물들을 꽤 디테일하게 알려 준다. 

이 발걸음을 따라가는 일은 꽤 즐거웠다. 2차 대전, 처칠과 히틀러는 알아도 그 아래 그들의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처럼 들어볼 기회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 모든 시대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땅을 지배한 것은 소수이나 사실 삶은 우리의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 같은 이들이 이 땅에 살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낯설지만 빛나는 도시.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그냥 지나쳤던 도시에는 그런 보물 같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티케팅의 충동을 참느라 힘들었다. 지금 유럽으로 떠나려면 휴가 날짜도 봐야 하고, 또 다시 코로나가 덤비진 않을지 고려해야 할 게 많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머지 않은 미래에 나 또한 그단스크의 마리아츠카 거리 어딘가에 서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묵묵히 삶을 견뎌낸, 그 거리를 지켜낸 이들을 만날 것이다. 


여행 특히나 유럽이 고픈 이들이라면 추천. 사진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이 더 애틋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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