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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정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이슨 스탠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2016년 가장 큰 정치 이슈는 아마도 트럼프의 당선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설마 했던 그 일은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났고 꽤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America first! Make America great again!’를 표방하며 백인 남성 중심의 전체주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본인이 소외된다 느낀 지방의, 백인, 남성, 중년 이상의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등에 업고 파시즘의 극단으로 치달았다.(파시즘은 2차대전 당시 나치주의와 투톱을 이룬 무솔리니의 용어로만 인식되었으나, 이후 전체주의를 뜻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묻어버린 줄 알았던 파시즘은 유령처럼 꽤 여러 곳에서 되살아났지만, 그 불꽃이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미국에서 불이 붙게 될 거라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이후 조지 클루이드 사건, 코로나 19 이후 발생한 인종차별 이슈 등 예전의 미국에서는 꽤나 상식적으로 처리될 법한 일들이 공공연하게 언론에 논쟁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트럼프의 미국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건 좀 어려워졌다.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파시즘이나 공산주의는 더 이상 어떤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 어느 사회에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각 정당별로 어떠한 가치를 표방하기는 하지만 결국 정치의 목적은 선거에서의 승리, 즉 당선이다. 이 당선을 목표로 하는 후진 정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당에서 포기될 수 없는 가치도 때론 당선 앞에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이 때 파시즘은 빛을 발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 정치꾼들이 세상에 뿌려놓은 흔적은 꽤 잔혹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다름을 이유로 내전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한다. 아니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박정희가 시작한 동서 지역갈등, 기업과 노동자의 갈등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기에 외국인이 더해지며 우리 사회의 차별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다. 우리가 미국인을 보는 눈과 동남아 사람을 보는 눈은 충격적일 정도로 다르다. 박사와 고졸을 보는 눈, 동성애자를 태하는 태도 심지어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도 아직까지 구한말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우리 사회에서는 함께 뒤섞여 살아간다.
21세기. 민주주의가 가장 고도화 되었다는 시기에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지 물을 수도 있겠다.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종교, 지역(혹은 인종), 지성, 비현실, 위계, 피해의식, 법, 여성, 동성애, 노동 10개의 카테고리로 누군가 아직도 사회를 쪼개는 일과 그 방법에 대해 고발한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치고 직접 차별에 참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는 하다. 그래서 권한다. 행여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차별의 모습들이 자신에게는 없었는지 또 우리 사회가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차별의 문제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꽤 깊이 있게 고민해 볼 법한 책이다. 이후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다거나 모임에 참여하는 일은 나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리뷰를 쓴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당신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