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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그러진 만화 1 - 망그러진 곰과 햄터의 귀염뽀짝 일상다반사! ㅣ 망그러진 만화 1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11월
평점 :
여러 책을 리뷰하지만 제일 어려운 리뷰가 웹툰이다. 정말 시간 가지는지 모르고 즐겁게 읽지만 읽고 나면 뿌듯함 이외에 쓸 말이 별로 없다. 'ㅋㅋㅋㅋㅋ 아 이거 너무 재밌어' 말고는 딱히 할 말도 없다. 사실 이 책도 그랬다. 그래도 뭐라고 써야 할 텐데 심란한 마음으로 밑줄 그은(정확히는 접어놓은) 페이지들을 들췄는데 이런 장면이 나왔다.
1.
약속에 늦었는데 친구가 자꾸 재촉한다. 버스를 타고 곰은 괜히 다리에 힘을 준다.
'달리는 건 버스지만 의미 없이 힘줘보기'
2.
사람들이 자꾸 박스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를 보며 웃는다. 재밌는 녀석이야 하하하. 고양이는 생각한다.
'너네도 커다란 박스 좋아하면서'
시선은 하늘로 솟으며 사람들이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위로다. 작가도 이야기한다. '삐뚤빼뚤 망그러졌지만, 이대로도 좋아!'
일을 하다 보면.. 아니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다. 모든 과목에 만점을 받아야 하고, 모든 이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우리는 배웠다. 나는 영어는 못했지만 수학을 잘했고, 체육을 못했지만 국어는 또 잘했는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잘 해야만 '잘하는' 사람으로 칭찬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까짓 칭찬이 뭐 대수냐 하지만 그땐(사실 지금도) 난 칭찬 받고 싶다.
그래서 난 가능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곧잘 지쳤다. 하루를 빡세게 살고 늘 녹초가 되서 집에 왔고 그렇게 퍼져버린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MBTI 검사를 하면 늘 E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종종 I가 나오기도 한다. 정말 편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를 만나 무얼하는게 싫고 부담스러워 졌다. 이 책은 그렇게 '아니 난 그냥 집에 갈게(어색한 웃음 하하하)'하고 집에 와 퍼져있는 내게 위로가 되었다.
피식.
그랬다. 완벽하지 않아도 귀여우면 된다. 잘하지 못해도 따뜻하면 괜찮다. 우리는 모두 다 그렇게 산다. 물론 잘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나와 당신, 우리 대다수는 그냥저냥 산다. 굉장히 많은 순간 우리는 그렇게 견디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괜찮다. 당신이 어떤 하루를 보냈든 우리에겐 떡볶이와 맥주, 그리고 고양이가 있다. 가진거라곤 귀여움 뿐인 당당한 고양이는 지금 내 무릎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세상 행복한 고양이처럼 골골송을 부르며.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