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 스트레스 없이, 생산성 있게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
졸리 젠슨 지음, 임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면에서 보면 학자들은 일반인들을 배제하는 글을 쓰도록 훈련받았다. 결국 현실과 동떨어지고 인간미 없고, 아는 사람만 이해하도록 쓴 글을 읽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무의미하고 힘든 일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도 소수의 독자만 읽을 것 같은 논문이나 책을 쓰느라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건 싫다. 힘들게 그럴 이유가 있을까?(p.225)


철학과 출신인 나는 사실 각잡고 어려운 글 쓰는걸 좋아한다. 아니 오히려 가벼운 글보다는 오히려 이런 류의 글쓰기를 선호한다. 지금은 현장 마케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때 학교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했고 그래서 학술지 논문을 두 편이나 썼으며, 겨우 석사를 마친 주제에 많은 선후배들에게 논문쓰기와 통계학에 대해 꽤 썰을 풀고 다니기도 했다.  

먹물로 가득하던 어린 시절엔 되도록이면 그런 글을 쓰려고 했다. 뭔가 어렵고 각잡고 들으면 늘 깨우침이 오는 글. 전공에 벗어나 영화든 책이든 혹은 다른 어떤 주제건 평하려고 했고 결론을 도출해야만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블로그에 많은 영화평과 서평들을 켜켜이 쌓아뒀음에도 늘 10을 넘지 않는 조회수를 보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어려운 글을 읽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별것도 아닌데 괜히 어려운 단어와 문장을 늘어놓은 글을 굉장히 재수 없어 한다. 하긴 논문의 독자도 교수님 혹은 그 수업과 관련된 학생들 그리고 같은 주제의 논문을 써야하는 다음학자들 뿐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결국 인터넷 글쓰기로 방향을 틀었고 차근차근 처음부터 이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책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다.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생산적 글쓰기의 방법과 팁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의 약점과 한계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중과 만날 수 있는 학술적인 글쓰기 방법들을 제시한다. 논문 쓸 때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좀 막연했던 기억이 있는데 책은 이런 학술적인 글을 써야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학술적인 글이지만 조금 더 쉽고 대중적으로 풀어내고 싶은 이들에게도 썩 괜찮은 참고 자료가 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도 고민되고 늘 어렵게 생각되는 난제지만 일단 쓴다. 언젠가 내 글이 시작될 서재 한켠에 이 책을 잘 꽂아두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 많지만, 학술적인 글쓰기에 관한 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카테고리의 책을 한권쯤은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