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은 오늘의 지혜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 삶의 변곡점에 선 사람들을 위한 색다른 고전 읽기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고전에 미처 담지 못한 그 사람의 내면의 목소리를 상상해 본다. '그는 왜 그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 책은 고전을 타고 그 상황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상황을 먼저 공유하고 해석한다. 그의 상황 인식을 분석하고, 그의 선택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그의 그릇을 상상한다. 이 추적과 상상이야말로 이 책을 써나가는 즐거움이었다. (p.6)

고전이라 부르는 것들이 있다. 단순히 선조의 지혜가 담겼다고 해서 우리는 쉽게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전이라 함은 시대를 넘어 이야기에 담긴 의미와 지혜가 유지되는 것, 거의 모든 경우에 그 지혜가 우리네 삶에 반영될 수 있는 것. 그것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오십이지천명, 공자는 오십을 하늘의 도를 알아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나이라 칭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오십은 하늘의 도를 알고 사물의 이치를 알기에 아직 한참 모자란 나이 같다. 우리는 오십에 자녀들의 학비를 걱정하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멀어 보이는 임원의 자리를 꿈꾼다.
팍팍한 현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기는 조금 모자란 우리에게, 저자는 오십이라는 나이에 겪게 되는 시간, 분노, 귀향, 운명, 결벽, 마음, 시비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 앞에서 동서양의 고전인 그리스 신화, 사기, 열국지 등을 소환해 낸다. 그리고 신화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 신화 속 인물들의 입장이 되어 오늘을 재해석한다. 이미 수천 년 전에 아니 신화 속에서나 전해내려오던 이야기들은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하고 앞뒤가 꽉 막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갈 길을 틔워 보여준다.

전공이 철학인지라 신화와 고전을 다시 읽고 재해석하는 작업은 언제나 즐겁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이 책도 개인적으로 꽤 즐겁게 읽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은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 한 번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들일 거다. 그 이야기들을 한 번만 다시 소환해 보자. 그리고 지금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그리스신화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들이 무어라 이야기하는지 들어보자. 굳이 오십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들의 지혜가 당신의 삶을 비추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