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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는 의사가 있다. 다만 그의 문제점은 모든 병을 고칠 능력을 위해 223명을 죽였다는 점이다. 그를 희대의 살인마로 단죄할지,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로 추앙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당신이라면 그를 신으로 섬걸것인가, 악마로 저주할 것인가.
작가의 상상력은 꽤 발칙했고 악마 혹은 신이 되어 버린 의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은 신선했다. '인간다움'과 '질병으로부터의 구원', 서로 다른 두 가치 앞에 사람들은 정확히 둘로 갈라진다.
쉽지 않은 숙제 앞에선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이는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를 받아들이자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똑같은 이유로 그를 찢어 죽이러 한다. 이 기술을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이에게는 이 만병통치의 기술을 주지 않겠다는 겁박에 국가와 언론, 기업들도 입을 다문다.
중세 철학자 칸트가 이런 이야기를 헀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감탄과 경외로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머리 위에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내 안의 도덕법칙 즉 양심이다."
칸트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으로 돈이나 지위, 권력 같은 것이 아니라 모든 이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을 이야기한다.
실용 앞에 도덕이 위협받는 순간에서 칸트가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소설의 인물들이 이영환을 중심으로 제각각 갈라져 나갈 때, 어떤 이해관계도 아닌 오직 스스로의 양심으로 행동했던 장동훈 검사가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정의감이나 검사로의 직업관이 투철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죄를 지은 자는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검사로의 양심을 지닌 사람이었다.
"저는 이영환 씨를 인간적으로 싫어하지 않아요. 223명을 인체 실험으로 죽인 범죄자 이영환도 혐오하지 않고요. 저는 피해 받은 게 없거든요. 하지만 이영환 씨가 멀쩡히 살아서 나가면 이영환 씨에게 죽어 버린 사람의 가족은 어떡하죠? 이영환 씨가 전 세계적인 영웅 대접받는 걸 보면서 살아가야 해요. 죽고 싶겠죠? 어떻게 그 꼬라지를 봐요...."(p.234)
그는 스스로 신이 되려는 자를 단죄한다.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또 시간이 흐른 후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오랜만에 책 속으로 훅 들어가 읽었다. 부딪히는 딜레마 속에 들어가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꽤 생각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칸트의 정언명령은 이미 철 지난 도덕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은 아직도 (아마도 한동안은) 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고 이 윤리에 도전하는 가치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앞으로 우리의 만만찮은 숙제가 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이영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