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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리콘 - 노먼 린지 일러스트판
페트로니우스 지음, 강미경 옮김, 노먼 린지 그림 / 공존 / 2008년 3월
평점 :
- 저자 : 가이우스 페트로니우스 아르비테르(강미경 옮김)
- 일러스트 : 노먼린지
- 출판사 : 공존(2008.3.20 1판 1쇄), 516쪽
현존하는 最古소설로 1세기에 쓰인 풍자소설이자 惡漢소설의 원형이 된 책으로 아폴레이우스가 2세기에 쓴 <황금당나귀>보다 100년이상 앞섰다.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도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고매하고 고상한 분들은 이책 읽기를 권하지 않을 것을 먼저 말해두어야 하겠다.
이 책을 보기전까지 페트로니우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먼저 해야겠다. 그만큼 역사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페트로니우스는 로마시대의 정치가이자 네로황제의 품위판관을 지내기도 했다.
엔콜피우스라는 검투사를 비롯해서 얼치기 시인, 남색가, 벼락부자 등등 여러인물들이 펼치는 갖가지 음란행위와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에피소드처럼 산문과 운문으로 쓰여졌다.
또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무엇보다 잘 반영해주었다는데 나는 큰 표를 던지고 싶다.
1세기 로마시대의 인간의 황금만능주의, 도덕의 몰락과 성의 타락, 대자연과 운명앞에 나약한 인간들에 대한 풍자, 그리고 네로황제와 귀족에 대한 신랄한 조롱 등이 운문과 산문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책을 읽고 나서 노트에 정리하면서 보니 이 책 안에는 철학, 시학, 경제학, 사회학 등 모두가 들어 있음을 뒤늦게서야 발견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나는 중요한 것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것과 수많은 작가들(헨리크시엔키에비치, 오스카와일드, TS엘리엇, 스콧피츠제럴드 등)이 이 작품을 모티브로해서 작품을 쓴 것이다.
또한, 영화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역작 [페데리코.사티리콘]의 원작이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율리시스>와 마찬가지로 외설적이라하여 미국법정에 오르기까지 했으나 기각되었다.
그 판결내용은 너무나 멋지다.
"어느 한 부분만 보고 문학작품에 유죄판결을 내릴수는 없다. 고대의 예술 및 문학 작품을 현대의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사티리콘을 규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로마인의 실제 삶을 공부할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과 다를바 없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서술하고 해석하는 영역이므로 단순히 인간 본능의 한 측면에 대한 해석으로 한정할수 없다"
satyricon은 라틴어 satyricum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티로스극을 의미하는데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공연이 끝난후 기분전환용으로 무대에 올린 희극이다.
현존원문은 전체가운데 14~16권의 일부에 해당하며 소실이많이 되어 원본이 아닌 사본을 번역한 책이다.
<트리말키오의 연회>와 <에페수스의 과부>이야기 등은 작가들에 의해 각색되고 재현되는 소재로 많이 쓰여왔다.
그 한 예로 오스카와일드의 작품인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을 <사티리콘>의 주인공과 비교되자 비평가들이 부도덕하고 저속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오스카와일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예술작품이 어떻게 도덕의 관점에서 비판당할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사티리콘은 내가 알기로 라틴어를 번역문으로 읽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등생들 사이에서조차 인기가 높다"
<본문속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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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들이 보는 것이라고는 쇠사슬에 묶인채 해변에 서있는 해적과, 아들에게 자기 아버지 목을 베어오라는 명령이나 내리는 폭군과, 역병이 돌면 조언이랍시고 처녀서너명을 바치라고 말하는 예언자가 전부이지 않습니까. 하나같이 쓸모없는 사탕발림일뿐 보고 듣는 행동하나하나와 말한마디가 허섭쓰레기에 지나지 않으니 원(15~16)
부모들은 자식을 망쳐놓기 일쑤지. 그들은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모든걸, 심지어 자식의 꿈마져도 희생하지. 그러고는 지성이 아직 채 여물지 못한 이들을 공직생활로 내모는데 급급하지. 그들은 웅변보다 더 강한 힘은 없다고 말하면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웅변가로 만들려고 하지 부모손에 억지로 등떠밀려 공부를 해야하다니
오늘날의 학생들은 경박하기 짝이 없으며, 공직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현실은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어렸을때 배운 실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일세(21~22) <교육의 폐단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데 요즘과 별 다를바 없다>
가난이 어디서 무슨 승리를 거둘수 있으리?
세상을 조소하는 견유학파조차 지갑을 채울 수만 있다면 법에 무슨 정의가 있으리오.
중요한 것은 흥정이지!
재판관의 직무는 값을 매기는것.(41)
우리는 걸어다니는 공기주머니에 불과합니다. 파리보다 못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지요. 파리는 적어도 웬만큼 내공을 지니고 있지만 우린 속이 텅텅 빈 거품에 지나지 않습니다.(111)
지성연마에 관심을 기울일수록 돈과의 인연이 멀어지기 때문이지 온갖 유혹을 등지고 너무 올곧게만 살다보면 금새 미움을 사게되는 법. 자기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아닌가
돈 모으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나아 보이는 걸 가지고 있는 꼴을 못견뎌하지. 그래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능력이 없어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다고 선전해 대며 조롱하는 것이라네 여하튼 가난은 재능과 쌍둥이 자매인 듯하이.(225~226)
주색에 빠져 지내며 전통에 빛나는 예술작품조차 공부하려들지 않네. 달변이 되게 해달라거나 철학의 근원에 다가가게 해달라고 신전을 찾아 기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건전한 정신이나 육체를 바라기보다 신전문턱을 채 넘어서기도 전에 부자친척이 죽게 해달라고, 보물을 발견하게 해달라고, 돈벼락을 맞게해 달라고, 그러면 그 즉시 공물을 바치겠다고 비는 사람들 밖에 없지 않은가(233) /<요즘의 종교신앙인들의 잘못된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개간하지 않은 거친 땅에서는 눈이 오래 쌓여 있지만 쟁기질한 땅에서는 서리가 내려도 말하는 사이에 녹아 없어지는 법입니다. 사람의 가슴에 쌓인 울분도 마찬가지로 깨우치지 못한 마음은 분노에 숨이 막히지만 잘 갈이질한 마음은 금세 분노를 털어버리지요.(267)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들은 모두에게 공짜가 아닌가? 태양은 만인을 비추고, 달은 무수한 별과 함께 짐승도 풀밭으로 인도하나니. 물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만 온 세상에 흐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당하게 손에 넣은 상이 아니라 몰래 훔친 물건은 사랑밖에 없단 말인가?
아무리 좋은 것도 사람들이 시샘하지 않는다면 욕심이 나지 않는법.(269)
지금까지 시는 수많은 사람을 속여 왔다네. 그 결과 사람들은 운율울 고르며 정묘한 시어 안에 어떤 생각을 짜 넣는 순간 엘리콘산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법정업무에 지치면 폭풍을 피해 안전한 항구를 찾듯 종종 시의 고요한 바다로 날아가는 걸세
번득이는 촌철로 빛을 발하는 연설보다 시를 짓는 편이 훨씬 더 쉽다고 믿으면서 말일세.
고귀한 영감은 속이 텅빈 장광설을 혐오하고, 걸작의 힘찬 물살에 푹 젖어보지 못한 정신은 열매를 맺지 못하거늘. '나는 속된 군중이 싫어 그들을 멀리한다'를 좌우명으로 삼아 저속한 언어를 피하고 남들이 잘 쓰지 않는 표현을 골라야 하는법. 재치 넘치는 문장은 이야기 몸체와 별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의 짜임새에 나름의 색깔과 광채를 더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터.
시에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속박에서 풀려난 영감은 재치의 쇠뇌에서 곧장 은밀한 전언과 신들의 개입으로 날아올라, 보는 이에게 정확하고 진지한 진술보다는 광기어린 예언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327) /<시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변이라고 볼수 있다>
이 세상에 어리석은 편견만큼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이 없고, 도덕주의자인 척하는 위선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