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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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 그는 한번도 황제였던 적도, 황제로 군림해 본적도 없었던 베일에 가려진 그의 삶을 들여다 볼수 있게 해 준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순종의 나약함이 내심 못마땅했다. 물론 나는 순종의 입장을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신하들의 간교를 알고도 말한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속앓이하는 모습이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황제의 최후는 그렇게 늘 쓸쓸하고 고독하게 끝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역사를 통해 알수 있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순종이 나약한 왕이라는, 굴욕적인 망국의 왕이라는 이유로 묻혀버리고 만 것에 대해 그는 순종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시대에서도 최고가 아니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제 이인자 또는 꼴찌는 숨죽이고 살수 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상대방이 조금만 나약해 보여도 금세 짓밟고 쓰러뜨려야만 살아남는다는 강박 속에서 힘없는 자들은 점점 그들의 자리를 내어줄수 밖에 없다.
그당시 일제 치하에서 순종을 둘러싼 신하와 조정에서는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우선 자신의 안일만 추구하다보니 자신의 황제마져 종이 인형으로 조종하도록 내어 주고 말았다.
지금의 정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은 흘렀어도 권력자들의 마음은 변하질 않았다. 국민을 위하기보다 자기의 부와 권력을 위해서는 국민들을 우롱하고 속이는 데는 변합이 없다.
그당시 안중근은 순종이나 그의 동생 유길마져도 그를 정신나간 행동이 앞서는 분간못하는 사람으로 매도했을 정도이다 그만큼 일제의 영향력에 너무 길들여져 있엇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본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고 늘 원한을 품고 있는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순종이 굴욕스런 가운데도 어쩔수 없이 살아남아야 했던 것은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쿠마이의 시빌라'와 같은 죽음보다 못한 황무지에서의 생의 의의를 상실한 그런 삶을 살았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그도 감옥같은 궁궐에서 빠져 나오고 싶었고 죄수복을 벗어 던지고 싶었던 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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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속 밑줄> 

 나라 잃은 백성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슴 터지는 울음을 참고 흐느꼈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 내 귓속을 가득 메웠다. 소리없는 대지가 일어나 내 눈을 메워왔다. 소리없는 말발굽이 되어 내 몸을 짓밟아왔다. 내 몸을 짓밟는 대신 그들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짓밟으며 달려왔다.(47) 

창밖으로 바깥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멀리 산들이 어미 잃은 망아지처럼 달아나고. 밭과 논이 갈 곳잃은 물인양 흘렀다. 가끔 나타난 낮은 초가지붕은 겁먹은 들개같이 웅크린채 밀려났다.(50) 

폐왕이 된 뒤로 궁궐은  곧 감옥으로 돌변했고, 왕의 옷은 죄수복이 되고 말았다.(58) 

세상의 모든 아비에게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자식이다.(99) 

부서지든 깨어지든 부딪쳐봐야 했다. 돌아보면 어리석음의 연속이었다. 바다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파도가 무서워 가까이 다가가길 꺼렸다. 민생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백성의 삶에서 풍기는 악취만 생각하고 물러서기만 했다.(104) 

그 흔들림에 시달리면서 나는 우리 대한의현실이 꼭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처럼 귾임없이 흔들리는 영토에 몸을 맡기고 현기증과 구토에 시달리는 백성, 그것이 곧 우리 한국인이었다.(118) 

돌이켜보면 아바님의 왕손들은 모두 세상 나오길 꺼렸다. 그들은 모두 세상이 무서운 것이다. 아니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이 버거운 것이다. 그들은 뱃속에서, 정낭 속에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두 읽어내고감옥같은 왕좌에서 탈출한 것이다.(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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