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량의 사랑 - 대만 여성 작가 샤오사 현대소설 선집
샤오사 지음, 김은희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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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게 되어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과 동시에 약간의 조바심도 들었다.

샤오사의 단편집 <내 아들 한성> 에서 <실험영화제, 1978>, <내 아들 한성, 1978>, <렌전마마, 1978>, <제목없는 그림, 1979>을 채택하였고, <웨이량의 사랑> 단편집에서 <웨이량의 사랑, 1986>, <홍콩친척, 1986>을 선별하여 엮었다.

이 첵을 읽기에 앞서 먼저 중국과 대만과의 정치적관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70~80년대에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며 그 당시 세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과도기적인 배경은 흡사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것을 볼수 있다.

특히 여성들의 자의식, 사회참여, 개방적 사랑의식과 가부장적인 남녀관계 등이 작품곳곳에서 보여진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느낌은 여성의 사랑에 대한 한탄조의 그런 멜로식이 아닌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사랑으로 인한 상실앞에 너무도 담담하게 슬픔마져도 숙성시킨 듯한 마치 눈물을 더이상 쏟아낼 힘도 없을때의 그런 허탈한 느낌마져 들었다.

표제작인 <웨이량의 사랑>은 작가 자신의 드라마틱한 사연이 어느 정도 혼재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그녀의 불행했던 어린시절과 후에 남편과의 파경 또한 커다란 충경을 안겨 주었다. 누군가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상처가 너무도 깊게 배어 자신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자신의 삶이 산산조각나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상처도 면역체가 되듯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게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깨우친 것은 상처로 인한 아픔 뒤에는 타인에 대한 비난보다는 이해의 감정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샤오사는 작품 전반에 걸쳐 인간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운명 앞에서 원망과 회한의 감정이 뒤섞인 오묘한 감성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무심한듯 마치 체념한 듯한 눈으로 먼곳을 바라보며 말을 하듯 그려내어 더 가슴이 서늘하다.

예기지 못하게 발견한 샤오사의 이 선집은 내게 또하나의 사랑에 대한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사랑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면서도 막상 맞딱뜨리게 되면 오히려 당당히 맞서기보다는 수동적인 자세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력감, 사랑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사람들에게 다소나마 위안를 가져다 줄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본문 속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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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량의 사랑>

 

삶이란 곳곳에 공포 투성이었다. 농약도 두려웠고, 오염도 싫었고, 방사능진도 무서웠다. 잔인한 살인도, 무었보다도 .... 남편의 외도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끝내 찾아오고야 말았다.(10) 

 

웨이량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한 뒤로 생활 속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제외하고 나면 , 정말로 다른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48)

 

나는 처음에 내 스스로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햇어.

그런데..... 나는 이미 길들여져 있더라고... 아예 떠날 수가 없었던 거야.

더 몹쓸것은 ... 내겐 ... 당신밖에 없다는 사실이야... 당신밖에.....(71)

 

<홍콩 친척>

이렇게 사는 자신이 일하는 기계 같다면서, 지신이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자문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이 한순간에  여유를 갖게 되자 그것 또한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254)

 

<제목없는 그림>

보내고 맞아들이는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을 쭉 지켜보며, 그의 얼굴에는 그렇게도 냉담하게 어떤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마음 저 밑바닥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일렁이고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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