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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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w.G.제발트(1944~2001)/이재영 옮김

▷ (주) 창비(초판 2쇄, 2012.4.11), 315쪽

4명의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로 마치 다큐멘터리 형식의 글처럼 사진을 곁들여 몇번이나 앞의 표지를 확인할 정도로 사실과 소설을 혼동하게 만든다.

나는 어느새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화자가 이야기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겠지이 책에는 이민자들의 단순한 애환을 그린 것이라기보다 누구나 한가지씩 말하고 싶지 않은. 아니 말을 하는 순간 다시 그 고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두려워 끝내 얘기하지 않은 그런 것들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체험, 그것은 그 자신만의 어떤 지울수 없는 각인된 애환이다.

이번에 '제발트'라는 생소한 작가의 이름을 이웃블로그를 동해서 알게 되는 순간 바로 전작작가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자 그 예감은 더욱 확실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 전개방식은 호들갑스럽지 않게, 감상적으로 감정을 뒤흔들지 않는다.

마치 무심한듯 절제된 언어로 슬픔을 그려냄다.

눈물조차 흘릴수 없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우수어린 슬픔그의 문장에 스며있다.

<밑줄>

<헨리 셀윈 박사>

부제 : 기억은 최후의 것마져 파괴하지 않는다.

어떤 일들은 아주 오랫동안 잊은 후에도 갑작스럽고 느닷없이 다시 떠오르는 법이다.(34)

<파울 베라이터>

부제 :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슬픈 소식들은 언제나 너무 늦게 도착했다.(71)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가, 한시간이, 한번의 맥박이 지나갈수록 모든 것은 점점 더 알수 없게 되었고, 아무런 특색도 없는 추상적인 것들로 변해갔다.(73)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부제 :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뿐

나쁜 일들은 항상 그렇게 겹치는 법이지.(95)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고통이기도 했고,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했지. 말하지면 구원이자 가차없는 자기파괴이기도 했던거야.(126~127)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 쪽을 내려다보는 것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183)

<막스 페르버>

부제 :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모든 것이 이전처럼, 그가 정리해 놓은 그대로, 지금 그대로 있어야 하며, 먼지들 외에는 어떤 것도 더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먼지야말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임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고 했다.(202)

고통이 일정한 정도에 도달하면 고통의 조건, 즉 의식이 사라져 버리고, 그와 함께 고통 자체도, 아마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어 .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혼의 고통은 영원하다는 것일세.(213)

불행은 거듭 땅을 뜷고 나와 사악한 꽃을 피우고, 독기 품은 잎으로 내머리 위에 천장을 만들었지. 그 천장은 지난 몇년 동안에도 내게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나를 어둠으로 덮었네.(240)

어리석음만큼 끝날 줄 모르고 위험천만한 것은 없다.(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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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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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W.G제발트(1944~2001)

옮긴이 : 이제영 / 출판사 : (주)창비 (초판 2쇄 2012.1.11), 358쪽

지난해 <이민자들>에 이어 두번재 작품을 읽다.

그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에 이끌려 가다보면 나도 그와 함께 동행하는 그림자가 된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묘사가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어떤 장소에 대한 기억과 역사적 사실이 오버랩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소설은 공허감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 서퍽카운티로 도보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한때는 찬란했던 폐허로 변한 도시, 고적한 적막함마져 들게 만드는 어떤 지역들을 바라볼 때의 그 공허함은 어떤 알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이끈다.

그의 소설 속에서는 보르헤스같은 환상적인 면과 공통점이 있는것 같다.

이런것을 내 나름대로 '문학의 고리'라 이름 붙여본다.

보르헤스의소설중 <들륀, 우크바르, 보르비스 떼르띠우스>에서 [영미백과사전]에는 없는 항목이 오로지 비오이 까사레스가 구입한 제 46권 사전에서만 발견되었다는 내용과

소설속 화자는 우연한 기회에 토마스브라운의 두개골이 노퍽 &노리치 병원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정보를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에서 입수하고는 막상 병원에 문의하자 병원에는 그런 박물관이 있지도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하나의 고리를 발견할수 있었다.

어떠한 작가도 오로지 연결되지 않고는 있을수 없다는 것을 즉 브라운의 키로스의 정원을 다룬 논문에서 다섯눈 모양의 구조처럼 확인하듯이 말이다.

이 책은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막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역사를 승리자의 눈이 아닌 희생자들의 눈으로 그린 비가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쓸쓸한 느낌의 소설이다.

<밑줄긋기>

꿈에서 본 것이 이상하게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아마도 파묻힌 기억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흐릿하고 뿌연 어떤 것을 통과하면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훨씬 더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97)

미로 저편으로는 들판의 연기위로 그림자가 뻗어 있었고, 이어서 별들이 차례차례 대기의 심연에서 솟아 올랐다.

밤이, 모든 인간적인 것과는 다른 이방인인 놀라운 밤이 산꼭대기 위로 애절하고 어슴푸레하게 지나간다.(203)

몇날 몇주동안 성과도 없이 머리를 쥐어짜지만, 만일 누가 물어보기라도 하면 계속 글을 쓰는것이 습관 때문인지, 과시욕때문인지, 아니면 배운게 그것밖에 없어서인지, 그도 안니면 삶에 대한 경탄니나 진리에 대한 사랑, 절망, 분노 때문인지 말을 할 수 없고, 글을 쓰면 점점 똑똑해지는 건지 아니면 더 미쳐가는 건지도 대답할 수 없다네. 아마도 우리 문인들은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써나갈수록 조망을 잃어버리고, 그래서 우리가 만들어낸 정신적 구성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을 인식이 발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일텐데, 실은 우리의 길을 실제로 지배하는 예측불가능성을 결고 이해할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예감하고 있네.(213~214)

때때로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259)

멈출줄 모르고 머릿속을 맴도는 끝없는 생각, 잘못된 실을 붙잡았다는 꿈 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사람을 어떤 막다른 골목과 낭떠러지로 몰아가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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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뜨 - 상 창비교양문고 38
샬롯 브론테 / 창비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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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롯브론테(1816~1855)

- 작품 : 제인에어(1847), 교수(1846), 셜리(1849), 빌레뜨(1853)

- 옮긴이 : 조애리

- 출판사 : 창작과 비평사(1996.1.10 초판발행), 상(270쪽), 중(247쪽), 하(268쪽)

이 작품을 찾아 읽게 된 계기는 어떤 책에서 잠깐 언급한 것을 보고 구해두었던 책이다. 이 책도 책장에서 4년을 잠자게 내버려 두었다.

샤롯브론테의 책은 <제인에어>만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다.

샤롯브론테는 위로 마리아, 엘리자베스, <폭풍의 언덕>작가 에밀리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패트릭 브론테를 동생으로 두었다. 이중 세자매가 작가이다.

이 책을 펼쳐 읽을 때까지 제목만 보고 <빌레뜨>가 사람이름인줄 알았는데 중간쯤에서 '작은 도시(브뤼쎌)'란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장편임에도 탐정소설같은 가독성 때문에 다 읽게 될때까지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 때문에 지루한줄 모르고 읽었다.

이 책은 마치 샤롯브론테의 자전적 소설같은 이야기로 실제 그녀가 기숙학교에서 체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그녀의 참담했던 시절과 성장하면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삶이 고스란히 이 작품에 배어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실제 그녀는 삶을 채 살아보지 못한 39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무었보다 아쉬웠

가련한 루시스노우, 뜨거운 열정을 지녔음에도 제대로 다 표출하지 못한 그녀

그녀의 주위는 너무도 많은 장벽과 넘을수 없는 지위라는 계급의 한계, 그럼에도 굽히지 않는 그녀의 의지는 사랑스러우면서도 한편 애처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루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평범한, 그러면서도 삶의 우여곡절 앞에서 자신을 져버리지 않으려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고 본다.

옮긴이에 의하면 <빌레뜨>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열정을 표출하면서도 열정을 억누르고 부정하려는 ,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원하면서도 독립이 주는 힘을 두려워하는 분열된 심리를 탐색하고 있다.

또한 작품자체의 완성도로 볼때 <제인에어>보다 못하지만 이 불안정함과 불완전함 속에 매력이 숨어 있다며 옮긴이는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 하나의 의무라 생각하고 번역을 했다고 한다.

<밑줄>

땅거미가 지니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창문에서 내려다 보니 깃발을 내린 것처럼 나지막이 밤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시간의 하늘에는 지상의 모든 고통에 대한 애정과 슬픔이 서려 있는것 같았다.(상-243)

"이 살아있는 시내에서 적당히 한모금 마시고 만족하게 하소서.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반가운 물을 정신없이 계속 마시지 않게 해주소서. 지상의 샘물보다 더 달콤한 물이 이 시내에 흐른다고 상상하지 않게 해 주소서" (루시가 꿈같은 기쁨을 느끼면서도 마치 그런 기쁨이 곧 자신에게 상처가 될 것임을 알고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이 대목에서 울컥할수 밖에 없었다) (상-270)

우리의 본성에는 이상한 호감과 적대감이 공존한다.(중-9)

'행복을 계발하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 세상의 어떤 조롱보다도 더 공허했다. 그런 충고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행복은 옥토에 심은뒤 거름을 주어 가꾸는 감자가 아니다. 행복은 천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에게 내리는 영광의 빛이며, 여름 아침 천국의 시들지 않는 꽃과 황금열매로부터 영혼 위로 떨어지는 신성한 이슬이다.(중-116)

은둔자나 외진학교 또는 담장으로 차단된 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더 자유로운 세계에 사는 친구들에게서 갑자기 그리고 오랫동안 잊쳐지기 쉽다. 자주 교류하다가 갑자기, 조용한 휴지기간, 말없는 침묵, 긴 망각이 시작된다. 이런 망각은 끝이 없다. 설명할 수도 없다.(중-141)

세상사람들은 음식을 못먹어 죽어가는 건 잘 이해하면서도 고독한 감금때문에 미치는 건 이해하거나 규명해내지 못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매장되어 있던 사람을 미치광이나 백치로 본다.(중-153)

만일 인생이 전쟁이라면 혼자 그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인 것처럼 보였다. 신은 너무 가난해서 잃을 것이 없는 자를 승자로 정지할 것이다.(중-190)

너는 인생의 햇빛아래 그림자로 통하는 데 아주 익숙해져 있어. 네게서 뿜어나오는 빛에 눈이 부셔 짜증을 내며 손으로 눈을 가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새로운 일이야.(중-247)

나는 꽃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것은 좋지만 꺾인 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꽃들은 뿌리가 뽑혀 시든 것인데도 살아 있는 것 같아 슬폈다.(하-10)

나는 어떤 일이건 시작할때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아둔했다, 내가 넘기는 인생이라는 책의 모든 페이지의 첫 구절은 늘 어렵고 침을했다.(하-31)

삶이라는 계정(計定)을 가끔씩은 마주하고 솔직하게 셈을 해보는 것이 옳다. 이런 항목을 계산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불행"항목에 "행복"이라고 쓴다면 그는 불쌍한 사기꾼이다. 고뇌를 고뇌라 하고 절망을 절망이라고 하라. 단호하게 힘을 주어 강력한 필치로 둘다 써 넣으라. 그러면 운명에게 진 빚을 더 잘 갚게 될 것이다.(하-47)

정말이지 그의 정신은 나의 도서관이었고, 그 도서관이 개방될 때마다 나는 지고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의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은 나의 심안에 안약이 되었다.(하-77)

고독은 슬픔이지만 인생에는 그보다 더 나쁜 것도 있어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은 슬픔보다 더 깊은 곳에 있어요(하-147)

나는 영원한 고통이 있다면 그 형체는 불타는 난파선이 아니고 그 본질은 절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사가 남긴 것은 불안이었다.그것은 절망보다 더 괴로운 축복이었다.(하-179)

마음을 갉아먹는 오랜 기다림이라는 고통과 이별이라는 그 격렬한 고뇌를 결국 다시 한번 겪어야 하나? 희망과 의심을 단숨에 뿌리뽑고 인생을 뒤흔드는 이별의 쓰라림을, 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달래 볼수도 없는 그 난폭한 손길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하-229)

사랑은 신탁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때로는 헛된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 부재의 세월! 그 세월이 가길 기다리며 얼마나 괴로워 했던가! 세월이 흐르면 닥쳐올 슬픔은 죽음처럼 확실해 보였다.(하-250)

하늘엔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다. 조각구름이 서쪽에서 몰려온다. 구름자체가 이상한 아치형과 방사형으로 빛난다. 하늘은 하나의 불꽃이다. 불길이 너무나 사납게 번져 치열한 전투에 맞먹을 만하다. 자신만만한 승리의 여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핏빛 선연하다.(하-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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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세트 - 전2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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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본명 : 피터 비에리)

- 옮긴이 : 전은경

- 출판사 : 들녘(초판5쇄 2008.1.7), 1권(368쪽), 2권(334쪽)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2-334)

이책을 읽기전 제목에서 무언가 감상적으로 몰아갈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단순한 감상적 느낌보다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 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했다.

소설속 그레고리우스는 우연히 다리 위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삶을 뒤로한채 느닷없이 리스본으로 떠난다.

대부분 익숙한 삶을 두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평소 늘 똑같은 모습으로 평생 변함이라고는 없을것 같은 사람도 잠자고 있던 내면이 깨어질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레고리우스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마데우의 텍스트에서 그는 마치 강한 호기심으로 그의 자취를 찾아 추적해나가기 시작하는데 독자라면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이 책은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자 하는 인간이 가진 특권가운데 하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끝없이 질문하고, 대답을 구하고, 실망하고 이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즐겨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책 속에 쓰여진 <언어의 연금술사>는 또 하나의 책처럼 읽게 되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심오한 , 그러면서도 우리의 눈과 의식을 일깨우는 삶의 근본적 관찰들이 보석처럼 곳곳에 뿌려져 있다.

<밑줄>

-1권-

소리없는 우아함.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다.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 아름다운 무음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65)

책방의 어두운 진열창 앞에 서 있기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이 잠든밤, 책들은 오직 자기에게만 속한다고 생각했다.(95) (선 도시를 여행하다가 셔터가 내려진 책방의 진열창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그때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외로웠던 기분이 책들을 보는 순간 익숙한 것을 보았을 때의 감격처럼 울컥해졌던 경험이 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뭘해야 좋을지 모를 때마다 독서를 하곤 했다(122~123)

실망이라는 향유,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 뿐이다.(356)

-2권-

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나면서 우리의 일부분을 남긴다. 떠나더라도 우리는 그곳에 남는 것이다. 우리안에는,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와야만 다시 찾을수 있는 것들도 있다.(29)

멜랑콜리는 시간을 초월한 개념이며, 인간이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귀중한 그 무었이다. 깨지기 쉬운 인간의 모든 연약함이 거기에 들어있다.(162)

'경멸에서 오는 외로움' 우리가 타인의 존경과 관심에 의지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166)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詩)지, 시적인 사유와 사유하는 시가 존재하는 곳은 낙원일 거야.(175)

그의 향수병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이 아니었어요. 훨씬 더 깊은 그 무엇, 그의 중심에 관한 문제였어요. 자기 영혼의 위험한 파도와 분노한 저류에서 자신을 지켜줄 내부의 견고한 댐안으로 도망치는 것(231)

기차가 지나는 거리만큼 기억이 지워지고, 세상이 조금씩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290)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영상.(293)

기억은 과거를 고르고, 조절하고, 수정하고 속일 것이다. 기억말고는 다른 근거가 없으므로, 누락과 비틀기와 거짓을 나중에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 소름끼쳤다.(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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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영구 옮김 / 푸른숲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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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1749~1832)지음/박영구 옮김

▷ 펴낸곳 : 도서출판 푸른숲(8쇄 1998.6.5), 702쪽 

 

작년 이맘때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전 초입부만 읽고 일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완독을 했다.

다 읽고 가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것들을 나의 그것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가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여행에서 비록 단체여행이었지만 모두들 우루루 사진찍을때 만큼은 철저히 나호자만의 감상을 즐길수 있었다. 가령 종탑의 종소리를 들을때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그 환각적인 느낌과 길위의 포도에 울리는 공허한 발자국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사이프러스 나무, 페허가 되어버린 황폐한 집들에 눈길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안내서나 지침서가 아닌 괴테의 생각과 삶의 일부분이 담긴 자서전적인 일기형식이어서 더욱 나의 관심을 끌수밖에 없었다.

몇몇 여행에세이들을 보면 짧은 기간동안 여행에서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경솔하게 그나라의 문명을 경멸하는 투의 글을 읽을때면 조금 화가 치밀곤 한다.

그 어떤 나라도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는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나라라고 해도 그들의 전통과 관습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며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괴테가 37세 때인 1786년 자신의 생일날에  축하파티장소를 몰래 빠져나오면서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그는 1년9개월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마치 완전한 이방인이 되어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고독을 충분히 누리는 그 모습에서 더욱 흥미를 끌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가끔 혼자서 여행을 꿈꾸곤 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혼자서 여행을 가는지, 심심하지 않냐고 묻곤한다. 그러나 말할수 없는 그 어떤 진한 고독을 느껴보기엔 그보다 더 좋은 것을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누구나 외롭다 하면서도 고독을 다소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대부분 도보로 다니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관찰하면서 나름대로의 견문을 넓혀갔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도 다양해서 나같은 사람은 감히 꿈도 꿀수 없는 깊이있는 여행을 보여주었다.

괴테는 문학외에도 건축, 미술, 식물학 등 폭넓은 예술가적인 기질과 관심을 가지고 있어 그토록 훌륭한 작품을 쓸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밑줄>

 

내가 이처럼 놀라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나 자신을 기만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대상들에 비추어 나를 재발견하자는 것이다.(69)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고독을 이제야 충분히 누릴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완전한 이방인이 되어 군중속을 헤치고 돌아다닐 때보다 더 진한 고독이 느껴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94)

 

부분적으로는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눈앞에서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바로 거기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162)

 

콜로세움을 한번 보고 나면 다른 것은 모드 자그마하게 보인다. 콜로세움은 너무 커서 그 광경을 마음에 모두 담을수가 없다.(183)

 

세계의 전 역사가 이 도시와 연관되어 있는 로마땅을 밟게 된 그날이랴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196) 

 

길을 떠날때는 언제나 과거의 모든 이별과 미래의 마지막 이별이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법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 많은 준비를 한다는 말이 더욱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는다.(240)

 

사람은 언제나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때에 감각적이며 도덕적인 모든 인상이 가장 강렬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333)

 

예술이란 얼마나 넓고 영원한 것이며, 세계는 얼마나 무한한 것인가? 그럼에도 우리들은 단지 유한한 것에만 매달려 있다. 근본적으로 예술가 자신말고는 아무도 예술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521)

 

큰 이별에는 언제나 광기의 싹이 배태되어 있는 법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신중히 배태하여 우리의 것이 되도록 해야한다.(659)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인상은, 그것이 아무리 유익한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680)

 

고귀한 것은 모두 고귀함과 동시에 독특한 인상을 보여준다. 이것은 내 흥분된 마음 속에 심오하고 숭고한 감정을 불러 일으켜 영웅적이고 비가적인 정취를 맛보게 했다.(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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