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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뜨 - 상 ㅣ 창비교양문고 38
샬롯 브론테 / 창비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샬롯브론테(1816~1855)
- 작품 : 제인에어(1847), 교수(1846), 셜리(1849), 빌레뜨(1853)
- 옮긴이 : 조애리
- 출판사 : 창작과 비평사(1996.1.10 초판발행), 상(270쪽), 중(247쪽), 하(268쪽)
이 작품을 찾아 읽게 된 계기는 어떤 책에서 잠깐 언급한 것을 보고 구해두었던 책이다. 이 책도 책장에서 4년을 잠자게 내버려 두었다.
샤롯브론테의 책은 <제인에어>만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다.
샤롯브론테는 위로 마리아, 엘리자베스, <폭풍의 언덕>작가 에밀리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패트릭 브론테를 동생으로 두었다. 이중 세자매가 작가이다.
이 책을 펼쳐 읽을 때까지 제목만 보고 <빌레뜨>가 사람이름인줄 알았는데 중간쯤에서 '작은 도시(브뤼쎌)'란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장편임에도 탐정소설같은 가독성 때문에 다 읽게 될때까지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 때문에 지루한줄 모르고 읽었다.
이 책은 마치 샤롯브론테의 자전적 소설같은 이야기로 실제 그녀가 기숙학교에서 체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그녀의 참담했던 시절과 성장하면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삶이 고스란히 이 작품에 배어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실제 그녀는 삶을 채 살아보지 못한 39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무었보다 아쉬웠다
가련한 루시스노우, 뜨거운 열정을 지녔음에도 제대로 다 표출하지 못한 그녀
그녀의 주위는 너무도 많은 장벽과 넘을수 없는 지위라는 계급의 한계, 그럼에도 굽히지 않는 그녀의 의지는 사랑스러우면서도 한편 애처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루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평범한, 그러면서도 삶의 우여곡절 앞에서 자신을 져버리지 않으려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고 본다.
옮긴이에 의하면 <빌레뜨>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열정을 표출하면서도 열정을 억누르고 부정하려는 ,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원하면서도 독립이 주는 힘을 두려워하는 분열된 심리를 탐색하고 있다.
또한 작품자체의 완성도로 볼때 <제인에어>보다 못하지만 이 불안정함과 불완전함 속에 매력이 숨어 있다며 옮긴이는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 하나의 의무라 생각하고 번역을 했다고 한다.
<밑줄>
땅거미가 지니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창문에서 내려다 보니 깃발을 내린 것처럼 나지막이 밤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시간의 하늘에는 지상의 모든 고통에 대한 애정과 슬픔이 서려 있는것 같았다.(상-243)
"이 살아있는 시내에서 적당히 한모금 마시고 만족하게 하소서.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반가운 물을 정신없이 계속 마시지 않게 해주소서. 지상의 샘물보다 더 달콤한 물이 이 시내에 흐른다고 상상하지 않게 해 주소서" (루시가 꿈같은 기쁨을 느끼면서도 마치 그런 기쁨이 곧 자신에게 상처가 될 것임을 알고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이 대목에서 울컥할수 밖에 없었다) (상-270)
우리의 본성에는 이상한 호감과 적대감이 공존한다.(중-9)
'행복을 계발하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 세상의 어떤 조롱보다도 더 공허했다. 그런 충고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행복은 옥토에 심은뒤 거름을 주어 가꾸는 감자가 아니다. 행복은 천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에게 내리는 영광의 빛이며, 여름 아침 천국의 시들지 않는 꽃과 황금열매로부터 영혼 위로 떨어지는 신성한 이슬이다.(중-116)
은둔자나 외진학교 또는 담장으로 차단된 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더 자유로운 세계에 사는 친구들에게서 갑자기 그리고 오랫동안 잊쳐지기 쉽다. 자주 교류하다가 갑자기, 조용한 휴지기간, 말없는 침묵, 긴 망각이 시작된다. 이런 망각은 끝이 없다. 설명할 수도 없다.(중-141)
세상사람들은 음식을 못먹어 죽어가는 건 잘 이해하면서도 고독한 감금때문에 미치는 건 이해하거나 규명해내지 못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매장되어 있던 사람을 미치광이나 백치로 본다.(중-153)
만일 인생이 전쟁이라면 혼자 그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인 것처럼 보였다. 신은 너무 가난해서 잃을 것이 없는 자를 승자로 정지할 것이다.(중-190)
너는 인생의 햇빛아래 그림자로 통하는 데 아주 익숙해져 있어. 네게서 뿜어나오는 빛에 눈이 부셔 짜증을 내며 손으로 눈을 가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새로운 일이야.(중-247)
나는 꽃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것은 좋지만 꺾인 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꽃들은 뿌리가 뽑혀 시든 것인데도 살아 있는 것 같아 슬폈다.(하-10)
나는 어떤 일이건 시작할때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아둔했다, 내가 넘기는 인생이라는 책의 모든 페이지의 첫 구절은 늘 어렵고 침을했다.(하-31)
삶이라는 계정(計定)을 가끔씩은 마주하고 솔직하게 셈을 해보는 것이 옳다. 이런 항목을 계산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불행"항목에 "행복"이라고 쓴다면 그는 불쌍한 사기꾼이다. 고뇌를 고뇌라 하고 절망을 절망이라고 하라. 단호하게 힘을 주어 강력한 필치로 둘다 써 넣으라. 그러면 운명에게 진 빚을 더 잘 갚게 될 것이다.(하-47)
정말이지 그의 정신은 나의 도서관이었고, 그 도서관이 개방될 때마다 나는 지고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의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은 나의 심안에 안약이 되었다.(하-77)
고독은 슬픔이지만 인생에는 그보다 더 나쁜 것도 있어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은 슬픔보다 더 깊은 곳에 있어요(하-147)
나는 영원한 고통이 있다면 그 형체는 불타는 난파선이 아니고 그 본질은 절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사가 남긴 것은 불안이었다.그것은 절망보다 더 괴로운 축복이었다.(하-179)
마음을 갉아먹는 오랜 기다림이라는 고통과 이별이라는 그 격렬한 고뇌를 결국 다시 한번 겪어야 하나? 희망과 의심을 단숨에 뿌리뽑고 인생을 뒤흔드는 이별의 쓰라림을, 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달래 볼수도 없는 그 난폭한 손길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하-229)
사랑은 신탁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때로는 헛된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 부재의 세월! 그 세월이 가길 기다리며 얼마나 괴로워 했던가! 세월이 흐르면 닥쳐올 슬픔은 죽음처럼 확실해 보였다.(하-250)
하늘엔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다. 조각구름이 서쪽에서 몰려온다. 구름자체가 이상한 아치형과 방사형으로 빛난다. 하늘은 하나의 불꽃이다. 불길이 너무나 사납게 번져 치열한 전투에 맞먹을 만하다. 자신만만한 승리의 여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핏빛 선연하다.(하-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