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세트 - 전2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본명 : 피터 비에리)

- 옮긴이 : 전은경

- 출판사 : 들녘(초판5쇄 2008.1.7), 1권(368쪽), 2권(334쪽)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2-334)

이책을 읽기전 제목에서 무언가 감상적으로 몰아갈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단순한 감상적 느낌보다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 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했다.

소설속 그레고리우스는 우연히 다리 위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삶을 뒤로한채 느닷없이 리스본으로 떠난다.

대부분 익숙한 삶을 두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평소 늘 똑같은 모습으로 평생 변함이라고는 없을것 같은 사람도 잠자고 있던 내면이 깨어질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레고리우스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마데우의 텍스트에서 그는 마치 강한 호기심으로 그의 자취를 찾아 추적해나가기 시작하는데 독자라면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이 책은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자 하는 인간이 가진 특권가운데 하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끝없이 질문하고, 대답을 구하고, 실망하고 이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즐겨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책 속에 쓰여진 <언어의 연금술사>는 또 하나의 책처럼 읽게 되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심오한 , 그러면서도 우리의 눈과 의식을 일깨우는 삶의 근본적 관찰들이 보석처럼 곳곳에 뿌려져 있다.

<밑줄>

-1권-

소리없는 우아함.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다.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 아름다운 무음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65)

책방의 어두운 진열창 앞에 서 있기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이 잠든밤, 책들은 오직 자기에게만 속한다고 생각했다.(95) (선 도시를 여행하다가 셔터가 내려진 책방의 진열창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그때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외로웠던 기분이 책들을 보는 순간 익숙한 것을 보았을 때의 감격처럼 울컥해졌던 경험이 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뭘해야 좋을지 모를 때마다 독서를 하곤 했다(122~123)

실망이라는 향유,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 뿐이다.(356)

-2권-

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나면서 우리의 일부분을 남긴다. 떠나더라도 우리는 그곳에 남는 것이다. 우리안에는,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와야만 다시 찾을수 있는 것들도 있다.(29)

멜랑콜리는 시간을 초월한 개념이며, 인간이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귀중한 그 무었이다. 깨지기 쉬운 인간의 모든 연약함이 거기에 들어있다.(162)

'경멸에서 오는 외로움' 우리가 타인의 존경과 관심에 의지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166)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詩)지, 시적인 사유와 사유하는 시가 존재하는 곳은 낙원일 거야.(175)

그의 향수병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이 아니었어요. 훨씬 더 깊은 그 무엇, 그의 중심에 관한 문제였어요. 자기 영혼의 위험한 파도와 분노한 저류에서 자신을 지켜줄 내부의 견고한 댐안으로 도망치는 것(231)

기차가 지나는 거리만큼 기억이 지워지고, 세상이 조금씩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290)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영상.(293)

기억은 과거를 고르고, 조절하고, 수정하고 속일 것이다. 기억말고는 다른 근거가 없으므로, 누락과 비틀기와 거짓을 나중에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 소름끼쳤다.(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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