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w.G.제발트(1944~2001)/이재영 옮김

▷ (주) 창비(초판 2쇄, 2012.4.11), 315쪽

4명의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로 마치 다큐멘터리 형식의 글처럼 사진을 곁들여 몇번이나 앞의 표지를 확인할 정도로 사실과 소설을 혼동하게 만든다.

나는 어느새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화자가 이야기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겠지이 책에는 이민자들의 단순한 애환을 그린 것이라기보다 누구나 한가지씩 말하고 싶지 않은. 아니 말을 하는 순간 다시 그 고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두려워 끝내 얘기하지 않은 그런 것들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체험, 그것은 그 자신만의 어떤 지울수 없는 각인된 애환이다.

이번에 '제발트'라는 생소한 작가의 이름을 이웃블로그를 동해서 알게 되는 순간 바로 전작작가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자 그 예감은 더욱 확실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 전개방식은 호들갑스럽지 않게, 감상적으로 감정을 뒤흔들지 않는다.

마치 무심한듯 절제된 언어로 슬픔을 그려냄다.

눈물조차 흘릴수 없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우수어린 슬픔그의 문장에 스며있다.

<밑줄>

<헨리 셀윈 박사>

부제 : 기억은 최후의 것마져 파괴하지 않는다.

어떤 일들은 아주 오랫동안 잊은 후에도 갑작스럽고 느닷없이 다시 떠오르는 법이다.(34)

<파울 베라이터>

부제 :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슬픈 소식들은 언제나 너무 늦게 도착했다.(71)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가, 한시간이, 한번의 맥박이 지나갈수록 모든 것은 점점 더 알수 없게 되었고, 아무런 특색도 없는 추상적인 것들로 변해갔다.(73)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부제 :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뿐

나쁜 일들은 항상 그렇게 겹치는 법이지.(95)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고통이기도 했고,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했지. 말하지면 구원이자 가차없는 자기파괴이기도 했던거야.(126~127)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 쪽을 내려다보는 것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183)

<막스 페르버>

부제 :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모든 것이 이전처럼, 그가 정리해 놓은 그대로, 지금 그대로 있어야 하며, 먼지들 외에는 어떤 것도 더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먼지야말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임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고 했다.(202)

고통이 일정한 정도에 도달하면 고통의 조건, 즉 의식이 사라져 버리고, 그와 함께 고통 자체도, 아마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어 .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혼의 고통은 영원하다는 것일세.(213)

불행은 거듭 땅을 뜷고 나와 사악한 꽃을 피우고, 독기 품은 잎으로 내머리 위에 천장을 만들었지. 그 천장은 지난 몇년 동안에도 내게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나를 어둠으로 덮었네.(240)

어리석음만큼 끝날 줄 모르고 위험천만한 것은 없다.(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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