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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지은이 : W.G제발트(1944~2001)
▷ 옮긴이 : 이제영 / 출판사 : (주)창비 (초판 2쇄 2012.1.11), 358쪽
지난해 <이민자들>에 이어 두번재 작품을 읽다.
그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에 이끌려 가다보면 나도 그와 함께 동행하는 그림자가 된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묘사가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어떤 장소에 대한 기억과 역사적 사실이 오버랩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소설은 공허감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 서퍽카운티로 도보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한때는 찬란했던 폐허로 변한 도시, 고적한 적막함마져 들게 만드는 어떤 지역들을 바라볼 때의 그 공허함은 어떤 알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이끈다.
그의 소설 속에서는 보르헤스같은 환상적인 면과 공통점이 있는것 같다.
이런것을 내 나름대로 '문학의 고리'라 이름 붙여본다.
보르헤스의소설중 <들륀, 우크바르, 보르비스 떼르띠우스>에서 [영미백과사전]에는 없는 항목이 오로지 비오이 까사레스가 구입한 제 46권 사전에서만 발견되었다는 내용과
소설속 화자는 우연한 기회에 토마스브라운의 두개골이 노퍽 &노리치 병원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정보를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에서 입수하고는 막상 병원에 문의하자 병원에는 그런 박물관이 있지도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하나의 고리를 발견할수 있었다.
어떠한 작가도 오로지 연결되지 않고는 있을수 없다는 것을 즉 브라운의 키로스의 정원을 다룬 논문에서 다섯눈 모양의 구조처럼 확인하듯이 말이다.
이 책은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막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역사를 승리자의 눈이 아닌 희생자들의 눈으로 그린 비가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쓸쓸한 느낌의 소설이다.
<밑줄긋기>
꿈에서 본 것이 이상하게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아마도 파묻힌 기억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흐릿하고 뿌연 어떤 것을 통과하면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훨씬 더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97)
미로 저편으로는 들판의 연기위로 그림자가 뻗어 있었고, 이어서 별들이 차례차례 대기의 심연에서 솟아 올랐다.
밤이, 모든 인간적인 것과는 다른 이방인인 놀라운 밤이 산꼭대기 위로 애절하고 어슴푸레하게 지나간다.(203)
몇날 몇주동안 성과도 없이 머리를 쥐어짜지만, 만일 누가 물어보기라도 하면 계속 글을 쓰는것이 습관 때문인지, 과시욕때문인지, 아니면 배운게 그것밖에 없어서인지, 그도 안니면 삶에 대한 경탄니나 진리에 대한 사랑, 절망, 분노 때문인지 말을 할 수 없고, 글을 쓰면 점점 똑똑해지는 건지 아니면 더 미쳐가는 건지도 대답할 수 없다네. 아마도 우리 문인들은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써나갈수록 조망을 잃어버리고, 그래서 우리가 만들어낸 정신적 구성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을 인식이 발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일텐데, 실은 우리의 길을 실제로 지배하는 예측불가능성을 결고 이해할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예감하고 있네.(213~214)
때때로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259)
멈출줄 모르고 머릿속을 맴도는 끝없는 생각, 잘못된 실을 붙잡았다는 꿈 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사람을 어떤 막다른 골목과 낭떠러지로 몰아가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