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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애도일기 /롤랄바르트(1915~1980)
- 김진영 옮김/ 출판사 : 이순(초판 2쇄 2012.12.20), p 280
- 작품 : 글쓰기의 영도(1953), 신화론(1957), 모드의 체계(1967), 텍스트의 즐거움(1973), 사랑의 단상(1977)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인 1977년 10.25일부터 1979년 9월 15일까지 약 2년간 쓴 쪽지들을 모아서 편집하여 엮은 것으로 나탈리 레제에 의해 출간되었다.
바르트의 책은 처음 접하게 되는데 그의 작품들을 읽어가는데 있어 어떤 열쇠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가 된다.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나는 바르트의 애도를 완전히 설명하기란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대면하는 수많은 애도들은 과연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받아들여 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한다.
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누군가가 계속 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참 많이 힘들어했던 지인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그녀에게 얼른 슬픔을 잊으라고 하지 않았고, 그녀의 슬픔 그 존재에 대해 자리를 내어주었다.
누군가에 대한 진정한 애도는 애도 그 자체를 인정해 주고, 애도를 충분히 하도록 방해하지 않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애도하는 사람에게 빨리 벗어나라면서 부추기는 것은 애도를 방해만 할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바르트도 가장 참을수 없는 것이 누군가 자신의 애도를 방해하거너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라고 했듯이 애도는 고통스러운 마음의 대기상태이다 .
'슬픔'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멜랑콜리, 거기에 따르는 애도, 우울, 고통, 비참, 무거움, 에고이즘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상태라고 볼수 있다.
이토록 슬픔이 안개처럼 우리 주위를 모두 뒤덮히게 되었을때 가장 마음이 고요한 상태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트의 어머니에 대한 애도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수 없는 상태 그 자체이다.
<밑줄>
애도가 하나의 작업이라면, 애도작업을 하는 사람은 더이상 속없는 사람이 아니다 , 그는 도덕적 존재. 아주 귀중해진 주체다.(18)
슬픔은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나의 슬픔은 그러니까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 어떤 구체적인 일 때문이 아니다. ....
나의 슬픔이 놓여 있는 곳, 그곳은 다른 곳이다, '우리는 사랑했다"라는 사라의 관계가 찢어지고 끊어진 바로 그 지점이다, 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 (47)
이 순수한 슬픔, 외롭다거나 삶을 새로 꾸미겠다거나 하는 따위와는 아무 상관없는 슬픔, 사랑의 관계가 끊어져 벌어지고 패인 고랑(50)
애도 : 그건(어떤 빛 같은 것이) 꺼져있는 상태, 그 어떤 충만이 막혀 있는 그런 상태가 아니다. 애도는 고통스러운 마음의 대기상태다.(90)
우리가 역설적으로 일에 열중하고 일에 쫓기는 흥분상태 속에서 우리 자신을 잊어버리면 , 그때 가장 깊은 비애 속에 빠지고 만다는 사실, 내면안에 머물기, 조용히 있기, 혼자 있기, 오히려 그때 슬픔은 덜 고통스러워진다.(110)
기록을 하는건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망각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다. 아무것도 자기를 이겨낼수 없다고 주장하는 그 고통을.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없는 그런것, "기념비"의 필연성(123)
문학, 그것은 내게 이런 것이다 : 푸루스트가 병에 대해서, 용기에 대해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자신의 무거운 마음에 대해서 또 그밖의 것들에 대해서 쓴 글들, 그리고 고통이 없이는, 진실에 숨이 막히지 않고는, 그 글들을 읽어낼수 없다는 것(187)
그녀의 죽음이후, 그 무언가를 새롭게 '꾸미고 만들어 가는 일'이 싫다. 그런데 글쓰기는 예외다. 그건 왜일까? 문학, 그것은 내게 단 하나뿐인 고결함의 영역이다.(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