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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개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로맹가리(1914~1980)/백선희 옮김
▷마음산책(1판1쇄, 2012.8.25), 287쪽
얼마전 책검색을 하다가 아주 반가운 책이 번역되어 나온걸 보고는 바로 구입해 읽었던 책이다.
로맹가리의 책은 거의 대부분 읽어왔지만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 <여인의 빛>,<연> 등도 하루 빨리 번역되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
아마 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나와 같은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로맹가리, 그는 이번에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그 이전의 작품에 비해서 조금은 절실한 그 무었이 부족한 듯 싶다.
아마 그의 대부분의 소설을 읽어왔기에 그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였는지 모른다.
이 책은 로맹가리가 적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후반부의 자전적인 내용도 가미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수 있듯이 그가 진 세버그와 결혼해 살면서 미국에 있을때의 1960년대 후반부 미국의 인종주의 문제를 배경으로 씌었다.
로맹가리답게 그는 어느 한면만을 바라보지 않고 양면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다. 즉 그는 흑과백 어는 한편을 동조하지 않는다.
그의 <자기앞의 생>에서도 하밀할아버지가 모모에게 말하듯 "세상에는 완전한 검은것도, 완전한 흰것도 없다"고 했던 것처럼 선과 악의 양면을 말해주고 있다.
여전히 그의 책에는 하나의 공통점, 바로 인류에 대한 넓은 '사랑'이었다. 그는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더이상 절망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이 바로 그의 글이다.
<밑줄>
개와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한 짐승이 다른 짐승에게 우정을 보일 때 그 짐승의 판단은 대게 믿을 만하다는 것 말이다.(18)
점점 더 명백해지는 데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끔직한 진실이 자기 주위에서 커질때 사람들이 느끼는 거북함(23)
40년째 나는 변함없는 헛된 기대들을 내 안에 품은 채 세상을 떠돌고 있다. 나는 생리적으로 좌절이 불가능한 인간이다. 이 점이 모든 '아름다운 영혼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이토록 전투적으로 만든다. 그들에게서 나는 나 자신을 본다.(52~53)
내가 바꿀수 없고 해결할 수 없고 바로 잡을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 난 그 문제를 없애버리지. 그걸 한권의 책 속에 배출해버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억눌린 것처럼 답답하지 않아. 그러곤 달아나 버리지.(64)
세버그와 살면서 나도 이런 순진함을 갖게 되었다. 질줄 알면서 이기는데 필요한 '순진함' 말이다. 인간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는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라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성스러운 샘에 수세기 동안 악의에 찬 짐승들이 물을 먹으러 오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샘이 마르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자기 자신을 잃는 것보다는 샘을 잃는 편이 덜 심각한 것이다.(77)
인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인간을 만날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장소는 개의 눈 속이다.(193)
울지 않는 것처럼 우는 여자들이 있다. 평온한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런 얼굴은 모든 승악을, 수천년 된 체념을 상기시킨다.(238)
짐승을 사랑하는건 꽤나 끔직찍 일이다. 개 안에서 인간을 본 사람은 인간 안에서 개를 보고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인간 혐오에, 절망에 결코 이르지 못한다.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한다.(272)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삶에 쏟은 나의 과도한 사랑은 삶과의 관계를 매우 힘들게 만든다. 마치 도울수도, 바꿀수도, 떠날 수도 없는 여인을 사랑하기가 어렵듯이.(281)